요사이 병이 생겼다. 기분 나쁜 ‘확인 병’이다. 최근 SNS에서 어떤 글을 봤다. 11주기를 맞은 ‘연평도 포격전’을 찾은 대선주자의 진심을 의심하며 쓴 글이었다. 놀랍게도 그 글에는 연평도 포격전이 연평해전으로 잘못 기재되어 있었다. 댓글로 다른 분이 친절하게 알려드렸지만 돌아온 답은 "줄여서 쓴 글이니 양해해주세요"였다. 정말 놀라운 대답 아닌가. 포격전을 줄였는데 어떻게 해전이 될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백번 양보해서 서해에 많은 일이 있었기에 친절하게 설명해드리면 이해하리라 생각했지만, 아쉽게도 나만의 착각이었나 보다. 사람들은 일일이 얘기하는 나를 불편한 시선으로 쳐다보기 시작했다. "저 여자 또 시작이군, 모를 수도 있지, 꼭 알아야 하나?" 등등. 물론 때론 나도 잘 모르거나 실수할 때가 있다. 그래서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고 지금은 그 습관이 고질병처럼 돼버린 듯하다.

국민은 연평해전 영화가 있어도 연평해전을 기억하지 못하고 천안함 피격사건으로 기억하거나 혼동하기 일쑤였다. 제일 듣기 힘든 얘기는 "천안함 유가족 김한나 씨"다. 이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나는 큰 소리로, "아닙니다. 저는 제2연평해전 유가족 김한나입니다." 소리를 내지만 그 누구도 듣지 않는 듯했다. 그저 서해에서 일어난 일 중 하나로 치부할 뿐….

신께서 사람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은 망각이라고 한다. 그 아픔들을 다 기억하고 살 수 없으니 주신 거라고 어느 책에서 보았다. 그러나 나라 지키고 가신 그분들의 해전 명칭 정도는 기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국가에서 이를 위해 적절히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일 것이다. 다시 한번 기억하자. 1999년 6월 제1연평해전, 2002년 6월 제2연평해전, 2009년 11월 대청해전, 2010년 3월 천안함피격,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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