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 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 때 그 사람이
그 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귀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

반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

정현종(1939~ )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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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말은 언제 들어도 옳다. 누군가 말해주지 않아도 그렇게 해야 한다는 걸 아는데, 아마 교육의 힘인지 모른다. 그런데 교훈적인 말은 귀에 잘 담기지 않을 뿐더러 마음에 새겨지지 않는다. 아이도 어른도 마찬가지다. 아마 공기처럼 너무 흔하기 때문일 것이다.

열반경(涅槃經)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모든 것은 멸(滅)한다, 끊임없이 정진하라." 죽음을 목전에 둔 부처는 이처럼 제자들에게 직설화법을 구사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시간이 좀 더 있었더라면 ‘모든 순간이 다 꽃봉오리’의 시인처럼 은유법을 사용하여 그 효과를 높이지 않았을까.

요즘 "영혼 없는 말 좀 하지 마!" 라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대화의 직설화법 습관 탓이리라. 아닌 게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은 유머감각이 부족하다. 어릴 때부터 수사법이 동원된 언어습관을 들였으면 좋겠다.

아무튼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의 교훈을 주는 원로시인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다른 분야도 그럴 테지만 특히 사람관계가 그렇다. 자주 보아도 그렇고 가끔 보아도 그렇다. 이 원리를 모르면 필경 늙어서 후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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