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광훈련을 실시중인 대만군. 중국 인민해방군의 침공을 가정해 대만군 방어·격퇴 능력을 점검하기 위해 1984년부터 매년 실시해 온 훈련이다. /대만 국방부 제공=연합
한광훈련을 실시중인 대만군. 중국 인민해방군의 침공을 가정해 대만군 방어·격퇴 능력을 점검하기 위해 1984년부터 매년 실시해 온 훈련이다. /대만 국방부 제공=연합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방문에 맞춰 대만이 중국의 군사 도발에 대한 대비 태세를 격상했다.

대만 중앙통신사의 2일자 보도에 따르면, 대만군은 이날 오전 8시부터 4일 밤 12시까지 인민해방군에 대응한 군사적 대비태세의 단계를 높였다. 다만 이게 전시체제 돌입을 의미하진 않는다고 소식통이 강조했음을 보도는 전제했다. 대만이 지난달 25일부터 29일까지 닷새간 일정으로 연례 군사훈련인 한광(漢光)훈련을 실시했다. 중국 인민해방군의 침공을 가정해 대만군 방어·격퇴 능력을 점검하기 위해 1984년부터 매년 실시해 온 훈련이다.

펠로시 의장의 방문을 겨냥해 중국은 해상 실탄 사격훈련, 군용기의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 진입 및 대만해협 중간선 근접 비행 등 군사적 압박 수위를 높였다. 지난 주말 인민해방군이 대만해협을 포함한 다섯 곳에서 실탄사격 훈련을 하는가 하면, 해사국은 1일부터 2일까지 보하이해와 남중국해에서 실탄 사격훈련을 실시했다. 2일 중국 군용기 여러 대가 이날 오전 대만해협 ‘중간선’을 근접 비행하기도 했다. 중간선이란 1954년 12월 미국·대만 간 상호방위조약 체결 후 1955년 미 공군 벤저민 데이비스 장군이 중국·대만의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해 선언한 경계선이다.

중국 해사국은 1일 홈페이지 공지 등을 통해 남중국해 4개 해역과 그 접속수역에서 2일 0시부터 6일 밤 12시까지 군사훈련을 할 것이라며 선박들의 진입을 금한 상태다. 이미 인민해방군 소속 젠(J)-16 전투기 4대가 전날 대만 서남부 ADIZ에 진입했다. 자오리젠 외교부 대변인의 ‘날 선 발언’이 나온 날이었다. "중국은 진지를 정비하고 적을 기다리고 있으며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오 대변인이 엄포를 놓았다.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이냐 추가 질문엔, "어떤 조치를 취할지 지켜봐 달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 다음날 나선 것은 외교부 최고위급 대변인 화춘잉(차관보급)이었다. "결연하고 강력한 조치로 주권과 안보 이익을 수호할 것이다."

화 대변인이 마오쩌둥의 ‘미국은 종이호랑이’ 발언을 잇따라 트윗한 것도 주목된다. 1일 트위터에 ‘papertiger’ 해시태그와 함께 마오가 1956년 7월 중남미 인사들을 접견한 자리에서 한 발언의 영문 번역본 일부를 올렸다. "제국주의 미국은 강해보이지만 실제론 두려워할 게 없을 종이호랑이" 등 마오의 호언이 가득하다. 화 대변인은 지난달 30일에도 ‘종이호랑이의 출처와 정의’란 트윗으로 1946년 6월 마오의 발언을 소개했다. 중국이 미국을 종이호랑이라며 다시 공격·조롱하기 시작한 것은 2018년 미·중 무역갈등 때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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