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상의회장 출연 토크쇼 '식자회담'. 대한상의 제공. /연합
최태원 상의회장 출연 토크쇼 '식자회담'. 대한상의 제공. /연합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다. 자사 제품의 홍보가 아닌 ‘한식의 산업화’를 위해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우리 사회가 직면한 구조적인 문제의 해법을 민간 차원에서 찾기 위해 국가발전 프로젝트 시즌2의 주제로 ‘한식의 산업화’를 선정했다고 3일 밝혔다.

식품산업은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성장세에 있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세계 식품시장의 규모는 2021년 기준 8조 달러(약 104조원)다. 2024년에는 9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반도체 시장의 13배가 넘는다. 문화 등 다른 요소와 결합한다면 폭발적인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분야임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최규완 경희대 H&T애널리틱스센터 교수는 식품산업 중에서도 한식산업은 연간 23조원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자동차 52만대를 판매한 것과 같은 효과다. 최 교수는 향후 한식을 접하는 소비자가 더 많아질 경우의 미래 가치를 고려하면 경제적 효과가 더 클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BTS, 오징어 게임 등 한국 문화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국내 혁신 푸드테크 기업들이 세계 식품시장 진출을 노리는 상황에서 한식의 산업화를 추진하기에는 더없는 적기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해외 국가들은 이미 자국 음식의 산업화에 박차를 가해 세계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태국은 1990년대 말 동아시아 경제위기로 시작된 경제불황 극복을 위해 자국의 음식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채택했다. 태국 정부는 태국 레스토랑 연합회사(TRA) 설립과 식당 인증제 실시 등을 통해 자국 음식점의 프랜차이즈화를 전폭 지원했다. 영국의 경제연구소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태국의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이 농식품일 정도로 태국 식품산업은 자국 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1964년 도쿄 올림픽을 기점으로 일식당 해외보급 추진기구(JRO)를 세워 세계 식품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주로 자재 수출, 인력 양성 등 해외시장 개척에 중점을 뒀다. 그 결과 일식은 비즈니스 접대 등 고급화에 성공하며 오늘날 뉴욕에 있는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 65곳 중 14곳이 일식당일 정도로 큰 성공을 이뤘다.

세계 각국도 자국 음식의 산업화를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이탈리아는 해외의 우수 이탈리아 식당을 ‘리스토란테 이탈리아노’와 ‘오스피탈리타 이탈리아나’라는 인증제도로 운영 중이다. 프랑스는 요리학교 ‘에콜 페랑디’를 통해 조리부터 경영에 이르기까지 관련 인력 양성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과 태국처럼 이미 자국 음식의 세계화를 이룬 국가들 사이에서 한식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보다 전략적인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장수청 퍼듀대학교 호텔관광대학 교수는 "중심축은 민간이 잡고, 정부는 적극 지원하는 형태가 가장 적절하다"면서 "민간부문의 사업 에너지를 극대화하는 방식의 한식 산업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대한상의 회장을 겸임하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중심으로 한식의 산업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최 회장은 이달 9일 SBS가 제작하는 예능 프로그램 ‘식자(食識)회담’에 출연해 본인의 비즈니스 경험을 바탕으로 한식 산업의 분야별 문제점과 해법을 논의할 예정이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국가발전 프로젝트 시즌2가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국민과 기업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며 "앞으로도 기업·학계·국민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대한상의 차원에서 추진이 가능한 프로젝트들을 고민해 보고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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