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펠로시 ‘자유·민주의 가치연대 수호자’로

反인권·反법치 자행하는 중국을 ‘중국공산당’ 지칭 정면 반기
홍콩·티베트 등 잔혹한 탄압에 “일국양제 파기” 강력 비판
“대만 포기 없다” 차이 총통과 연대 과시...오늘밤 한국 도착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3일 대만 타이베이 총통부에서 열린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의 회담 도중 연설하고 있다. /타이베이 EPA=연합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3일 대만 타이베이 총통부에서 열린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의 회담 도중 연설하고 있다. /타이베이 EPA=연합

"대만의 역사는 자유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영감을 줍니다. 대만은 회복의 섬이었습니다." 대만을 방문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3일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을 만난 뒤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어 "미국과 대만의 연대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것이 바로 오늘 우리가 여기에서 전하는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차이 총통은 이날 오전 11시 37분께 접견 자리에서 "펠로시 의장은 대만의 가장 굳건한 친구"라며 ‘특종대수경훈(特種大綬卿雲)’ 훈장을 수여했다.

대만 중앙통신사·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들은 일제히 헤드라인으로 펠로시 의장의 "미국은 대만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발언을 선택했다. 펠로시 의장은 전날 대만 땅을 밟은 이후 내내 ‘자유’ ‘민주주의’를 메시지로 내세웠다. 대만 타이베이 쑹산공항 도착 시점에 맞춰 공개된 펠로시의 WP 기고문 ‘나는 왜 의회 대표단을 이끌고 대만을 방문했나’에 따르면 "세계는 독재냐 민주주의냐 선택에 직면해 있다." 또한 "중국공산당의 공세가 가중되는 상황에서 미 의회 대표단의 방문이 자국을 방어하고 자유를 수호하는 민주적 파트너 대만을 미국이 지지한다는 분명한 선언으로 보여야 한다." 펠로시 의장은 중국 정부를 아예 ‘중국공산당’으로 지칭했다.

이 기고문을 통해 펠로시 의장이 자신의 대만 방문 결정 이유를 스스로 상세히 밝혔다. 1991년 4년차 하원의원 시절 미 의회 방문단 일원으로 중국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톈안먼 광장에서 ‘중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바친 이들을 위하여’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펼쳐 공안에 쫓긴 사건을 언급하며, 펠로시 의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겨냥해 직격탄을 날렸다. "그 이후 시진핑의 권력 장악 하에 베이징의 악랄한 인권 침해와 법치주의를 무시한 행태가 계속돼 왔다."

홍콩 ·티베트·신장위구르 문제도 빠뜨리지 않았다. "중국공산당의 잔혹한 탄압은 ‘일국양제’의 약속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중국공산당이 티베트인들의 언어·문화·종교·정체성 지우기를 오랫동안 주도해 왔다", "신장에선 이슬람교도인 위구르인들과 다른 소수민족을 대상으로 집단학살을 자행하고 있다" 등 펠로시 의장은 중국의 反인권 反자유·민주를 조목조목 비판하며, "중국공산당이 대만과 민주주의 자체를 위협하는 것을 수수방관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또한 펠로시 의장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서 "미 의회 대표단의 대만 방문은 미국이 함께한다는 확인"이며 "강력하고 힘찬 민주주의를 가진 대만은 미국의 중요한 인도·태평양 지역 파트너"임을 분명히 했다.

한편 펠로시 의장 일행은 3일 오후 한국을 방문, 4일 김진표 국회의장과 면담할 예정이다. 중국의 격렬한 반발 속에 윤석열 정부는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미 입법부 수장이자 대통령·부통령에 이은 권력 서열 3위인 고위인인 만큼, 대통령실은 "정중하게 대우하고 필요한 게 있다면 적극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윤 대통령, 박진 외교부 장관과의 만남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휴가 중, 박 장관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차 캄보디아로 출국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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