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 인기 속 자폐아 엄마들이 쓴 책2권 화제

<특별한 아이에서 평범한 아이로>의 저자 권현정 씨(오른쪽)과 아들 이유원 군. 권 씨는 ABA치료를 통해 아들의 사회성이 좋아졌다고 말한다. /권현정 씨 제공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인기에 힘입어, 자폐아를 키운 부모들의 책이 지난달 상반기 두 권이나 나왔다. <아들의 답장을 기다리며>는 ‘자폐인 아들과 30년간 좌충우돌 살아 온’ 온 엄마 채영숙(56)의 에세이집, <특별한 아이에서 평범한 아이로>는 권현정·이은창 부부의 에세이 ‘자폐아들 ABA치료기’다. 특히 후자는 부부가 절망을 넘어 자폐치료법인 응용행동분석(Applied Behavior Analysis)을 배우고 그 성과를 얻기까지의 과정을 소개한다.

장애는 분명 결핍이다. 하지만 결핍을 통해서만 발견될 삶의 진실이 있다. 그것을 일깨워주는 두 책의 공통점은 ‘낙심하더라도 끝내 포기하지 말 것’, ‘더불어 살아갈 수 있다는 믿음 ’이다. 또한 어떻게 공동체가 약자를 챙기고 돌볼 수 있을지, 작은 관심이 어떻게 따돌림을 막아주는지, 왜 통합교육이 필요한지 등을 생각하게 한다. 장애인 비장애인이 적절히 어울려 살아갈 세상을 기대하 수 있게 될 것이다.

‘우영우’처럼 암기력 천재인 자폐아는 극히 일부다. "운동화 끈을 못 묶고 티셔츠 단추도 못 채우는 아이가 더 많다." 대중매체는 특정 분야의 비범함을 가진 ‘고기능 자폐증’을 주로 다루는데, 실제 부모들의 소망은 그저 평범한 일상"이라고 ‘유원이 엄마’ 권 씨가 강조했다. ‘잘난’ ‘특별한’ 자식을 바라는 세상 부모들이 많지만, 이들에게 지고의 가치는 ‘평범함’이다. 자식이 일반인들 속에 섞여 살 수 있길 간절히 꿈꾼다.

올해 열한살 유원이는 이제 혼자 양치질하고 목욕도 한다. 식사 후 수저를 개수대에 가져다 둘 줄 알고 혼자 책을 읽거나 유튜브도 본다. 미국 자폐치료전문 클리닉(ABA베어스) 도움으로 주 40시간 집중치료를 받으면서, 장애를 상당 부분 극복했다는 의사 진단을 최근 받았다. 그 체험을 공유하고자 정부지원사업을 통해 ‘ABA캥거루’를 설립해 권 씨는 대표가 됐다. 미국과 달리 한국에선 ABA치료를 민간에 맡겨 치료비가 비싸다.

ABA캥거루는 부모들이 ABA를 배워 자녀들을 직접 치료하는 것을 돕고, 치료 과정에서 문제에 직면할 때마다 전문가와 부모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또 다양한 치료사를 매일매일 오전과 오후에 교체 투입해 특정 치료사의 지시에만 반응하는 자폐아가 다양한 사람과 교감하도록 ‘일반화’를 지향한다. ABA캥거루는 현재 한국에서 ABA를 배우는 최고의 기관으로 꼽힌다.

절판됐다 복간된 <아들의 편지를 기다리며>는 30년간 자폐인 아들과 자신의 삶을 지키려고 비범한 노력을 기울여 온 한 엄마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이기도 하다. 저자 채 씨는 장애인가족지원사업·장애인인권교육 활동가, 유엔아동권리교육 강사다. 블로그와 TV 다큐멘터리를 통해 비장애인들에게도 감동을 준 바 있다. 채 씨가 아들을 키우던 시절은 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지금보다 훨씬 낮았다. ‘호민이 엄마’ 채 씨는 "하루하루가 막막해 매일 아침이 오는 게 무서웠다".

요즘엔 우영우 인기로 "호민이는 뭐 잘해?" 질문을 자주 받는다. 영화 ‘말아톤’(2005) 흥행 때도 비슷했다고 한다. 본인의 흥미와 재능을 부모가 찾아줘야 되는 것 아닌가 지적도 있었으나, 정작 그 가족이 어떤 시간을 보내는지엔 다들 무심했다. 호민은 학교에선 말을 안 듣는다고 선생님께 뺨을 맞고, 승객들 눈초리에 버스를 엄마와 아들이 도중 하차한 적도 많았다. 자폐아란 ‘혼자만의 세계에 갇힌 아이’, ‘조금 다른 아이’란 걸 납득시키기 어려웠다.

<아들의 답장을 기다리며>는 하나님께 차라리 아이를 데려가 달라 기도했던 엄마, 극단적 선택을 생각했던 엄마가 아들과 함께 얼마나 깊고 넓은 세계에 도달했는지 보여준다. "장애인은 장애인끼리 교육받고 생활해야 한다는 편견의 벽은 허물어져야 하고, 그 벽을 허무는 작업 또한 부모들의 몫"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하지만 우리 모두의 몫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변호민 씨(왼쪽, 31세)의 어머니 채영숙(56세) 씨는 "하루하루가 막막해 매일 아침이 오는 게 무서웠다. 하지만 어느새 아이는 어른이 됐고, 아이의 장애를 온전히 인정하게 됐다." 그 과정을 <아들의 답장을 기다리며>에 담았다. /채영숙 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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