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나란히 선 펠로시 미 하원의장. 낸시 펠로시(왼쪽) 미국 하원의장이 3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 총통부에서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만 총통부 제공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 일행의 대만 방문이 실행되자, 중국 정부는 니컬러스 번스 주중 미국대사를 심야에 즉시 초치해 강하게 항의했다. "(행위의) 질이 극도로 악랄하고 후과가 엄중하다.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 아울러 군사적 대응 조치로 대만을 사방에서 포위하는 전방위적 ‘무력 시위’ 공언했다.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 스이 대변인에 따르면, 2일 밤부터 대만 주변에서 일련의 연합군사행동이 전개됐다. 대만 북부·서남·동남부 해역과 공역에서 연합 해상·공중훈련, 대만 해협에서 장거리 화력 실탄 사격, 대만 동부 해역에서 상용 화력을 조직한 시험 사격 등이다.

또 중국 관영 통신 신화사가 대만 주위 6개 구역의 위도 및 경도를 소개하면서 인민해방군이 4일 12시~7일 12시 해당 해역·공역에서 중요 군사훈련과 실탄사격을 실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훈련 해역에 자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이 포함돼 있다며 반발했다. 대만에 대한 경제 보복도 재개됐다. 중국 정부의 대만 담당 기관인 국무원 대만판공실은 3일 대만의 ‘대만민주기금회’와 ‘국제협력발전기금회’를 ‘완고한 대만독립분자 관련 기구’로 규정, 중국의 조직·기업·개인 간 협력 금지를 발표했다. 또 건축자재용·철강재 제조 과정 등에 쓰이는 천연모래의 대만 수출을 잠정 중단, 대만산 감귤류 과일·냉장 갈치·냉동 전갱이의 수입도 금지됐다.

홍콩 명보가 "미국과 중국이 한국전쟁 이후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고 논평했지만, 미 백악관 입장은 변함 없다. "이번 방문이 중국의 주권을 침해하지 않았다",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하며 대만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

그러나 대만관계법에 따라 대만의 자기방어를 지원할 것이다." 펠로시 의장은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업체인 대만 TSMC의 류더인 회장과 만나 미국 반도체 공장 건설 사안도 논의했다. TSMC가 지난 2020년 120억 달러(약 15조7000억원)를 투자한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반도체 공장이 내년 말쯤 준공된다. 첨단산업 토대가 되는 5㎚(나노미터·1㎚는 10억 분의 1m) 공정 제품이 생산될 예정이다.

한편 펠로시 의장 일행을 태운 C-40C 전용기는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 항로를 피해 우회해 7시간만에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대만 쑹산 공항에 도착했다. 전 세계에서 292만여명이 항로 추적서비스를 이용해 펠로시 의장의 이동 경로를 지켜봤으며, 차이 총통과의 만남 당시 실시간 시청율도 폭발적이었다.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 실시간 검색어엔 ‘펠로시 대만 방문과 중국의 대응’ 관련 검색어가 이날 오전 1∼10위 모두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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