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브리엘 보리치(중앙 오른쪽) 칠레 대통령 당선인이 20일(현지시간) 수도 산티아고에서 세바스티안 피녜라 현 대통령과 만난 뒤 대통령궁을 나서며 지지자의 포옹을 받고 있다. 올해 35세 좌파 정치인 보리치는 칠레 최연소 대통령으로 내년 3월에 4년 임기를 시작한다. /연합
가브리엘 보리치(중앙 오른쪽) 칠레 대통령 당선인이 20일(현지시간) 수도 산티아고에서 세바스티안 피녜라 현 대통령과 만난 뒤 대통령궁을 나서며 지지자의 포옹을 받고 있다. 올해 35세 좌파 정치인 보리치는 칠레 최연소 대통령으로 내년 3월에 4년 임기를 시작한다. /연합

1990년 민주화 이래 가장 양극화됐다는 칠레의 대통령 선거에서 학생운동가 출신 가브리엘 보리치(35세)가 선출됐다. 19일(현지시간) 결선투표에서 좌파연합 후보로 출마한 보리치는 약 55.9%를 얻었다. 극우 성향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55) 후보 44.1%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다. 개표 초반 일찌감치 승패가 갈리자 카스트 후보는 즉시 패배를 인정하고, 보리치 후보에게 전화를 걸어 당선을 축하했다. 지난달 1차 투표에선 카스트 쪽이 약간 앞섰으나 보리치가 역전에 성공했다. 이날 투표율은 55% 이상으로, 의무투표제 폐지 후 치러진 선거 가운데 가장 높았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평등한 사회를 위한 증세와 사회안전망 확대" 등이 보리스 당선인의 공약이다. 칠레 남단 푼타아레나스 출신으로, 칠레대 재학 중이던 2011년 교육개혁을 요구하는 대규모 학생 시위를 이끌며 정치에 입문, 2014년 20대의 연방 하원의원이 됐다. 지난 2019년 산티아고 지하철 요금 인상 때문에 촉발된 분노가 교육·의료·연금 등 불평등을 낳는 사회 시스템 전반의 불만으로 번져 보리치의 당선을 도왔다는 게 매체들의 분석이다. 라틴 아메리카에서 가장 안정적인 발전을 거듭한 칠레지만, 현재 상위 1%가 국부의 25%를 점유하는 상태다.

결국 미첼 바첼레트 전 중도좌파 정권 이후 4년 만에 칠레는 다시 좌파 정권을 맞았다.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부정권(1973∼1990년)시절 제정된 현행 헌법 폐기와 새 헌법 제정 욕구 또한 커졌다. 과거 정권의 신자유주의에 대한 거부감과 세바스티안 피녜라 중도우파 정권에 대한 반감도 늘었다. "칠레는 신자유주의의 무덤이 될 것"이라는 보리치의 예고에, 보수성향 유권자들은 칠레를 베네수엘라처럼 망가뜨릴 ‘공산주의자 대통령’의 출현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멕시코·아르헨티나·페루 등 최근 3년 사이 줄줄이 좌파 정권으로 돌아서 중남미에 ‘좌파 물결’이 넘실댄다. 해방신학을 낳은 가톨릭과 좌파정권으로 상징되는 남미의 오랜 현실은 달라질 전망이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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