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대만 앞바다에 중국군 헬기가 4일 푸젠성 핑탄섬을 지나가고 있다. /AFP=연합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대만 앞바다에 중국군 헬기가 4일 푸젠성 핑탄섬을 지나가고 있다. /AFP=연합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실행 후 중국 측 발언 수위가 확실히 높아졌다.

"펠로시의 대만 방문이 통일을 촉진시켰다", "美·대만독립세력에 힘있고 결연한 실효적 조치를 취하겠다", "펠로시의 대만 방문은 민주주의 문제가 아닌 중국의 주권 문제다."

중국의 무력시위는 방문 전부터 시작돼 있었다. 드디어 4일 오후 1시(한국시간 오후 2시)경엔 대만해협 ‘중간선’(중국·대만 사이 실질적 경계선)을 넘어 해협 동쪽으로 장거리 실탄 사격, 몇 시간 후 대만 동부 외해에 여러 형태의 재래식 미사일을 발사했다. "모두 목표물 명중" "소기 목적을 달성했다"는 중국의 발표가 이어졌다.

4일∼7일 ‘대만 전면 봉쇄’ 실사격 군사훈련에 대해, "무력통일 시도 시 사용가능한 옵션"이란 전문가 의견이 나온 상태였다. 3일 중국 관영지 환구시보 인터넷판과 인터뷰 한 솨이화민(帥化民, 79) 대만군 예비역 중장은 중국 인민해방군에 의해 설정된 훈련 구역 6곳이 주요 항구 및 항로를 위협해 대만을 전면 봉쇄하려는 포석이라고 지적했다.

중국군이 설정한 해역 6곳의 위치가 지룽항·수어우항·가오슝항·화롄항 등 대만 중요 항구와 항행로를 둘러싸 ‘대만 준(準) 봉쇄’ 구도를 이룬다. 솨이 예비역 중장은 "대만이 대외무역 위주 경제라서 천연가스·석유 같은 전략물자를 해운에 의존해야 한다"며, "이런 봉쇄 패턴이 한 달 이상 지속되면 ‘전략물자 완전 차단’의 경고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고사(枯死)작전 테스트’가 될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군사전문가 장쉐펑(張學峰)에 따르며 "이번 중국의 일부 훈련 구역이 대만 측 ‘12해리’ 해·공역을 처음으로 넘어 들어갔다." 서남부와 북부 훈련 구역 일부는 대만 육지 가장 가까운 곳이 10해리 밖에 안 된다. 이미 3일 Su-30 전투기와 J-11 전투기 22대가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었다.

J-20 스텔스 전투기와 DF-17 극초음속 미사일 등 첨단 무기까지 동원됐다. ‘하나의 중국’이니 ‘대만의 영해가 곧 중국의 영해’란 입장을 천명한 셈이란 분석이다. 대만 국방부 대변인이 이날 "중국군의 훈련은 대만주권의 침해이자 국제법 위반", "지정된 해역이 대만의 영해까지 미치거나 매우 가깝다"고 반발했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국가안보회의를 긴급 소집해 후속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트위터에 "미국의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우리의 계속적인 지원 등 다양한 우선순위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중국의 무력시위에 대한 대응책이 논의됐을 것으로 보인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중국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공격적 군사행동을 늘리려는 구실로 삼고 있다"고 비판한 뒤, "미국은 위기를 추구하지도 원하지도 않는다"며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

아울러 일방적으로 물러서진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우리는 중국이 하기로 선택한 것들을 모니터링하고 관리할 준비가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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