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환구시보, 글로벌타임스(환구시보 영문판), 차이나데일리 등 중국 관영 신문들은 1면 머릿기사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소식을 실었다. 신문들은 펠로시의 대만 방문과 중국의 군사적 대응을 사진과 그래픽을 통해 상세히 소개했다. /연합
3일 환구시보, 글로벌타임스(환구시보 영문판), 차이나데일리 등 중국 관영 신문들은 1면 머릿기사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소식을 실었다. 신문들은 펠로시의 대만 방문과 중국의 군사적 대응을 사진과 그래픽을 통해 상세히 소개했다. /연합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진다면 세계적인 경제 손실도 막대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2일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국제사회가 대(對)중국 경제제재를 단행할 수 밖에 없고, 이렇게 되면 2조6100억 달러(약 3410조원)가 증발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2015년 중국은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내용의 ‘중국제조 2025’를 국가전략으로 수립했다. 반도체 굴기를 위해 60조원 규모의 국가 펀드인 ‘대기금’도 편성했다. 이 같은 물량 공세는 서서히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유럽연합(EU)집행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2500개 반도체 기업 가운데 중국 기업은 2011년 56개에서 2019년 536개로 480개 이상 늘었다.

중국 반도체산업의 급성장을 지켜보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2230조원 규모의 과학기술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발표했고, 이 가운데 56조원을 반도체 부문에 책정했다. 중국 견제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삼성전자, 인텔, TSMC, NXP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과 함께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대한 주제로 긴급 화상회의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와 같은 분야에 공격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며 미국 내 공장 설립을 주문했다.

특히 미국은 대만의 TSMC에 대한 중국의 야욕에 극도의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만일 중국이 군사적 위협 등을 통해 TSMC 공장을 탈취라도 할 경우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은 전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최대 격전지는 파운드리 분야다. 삼성전자도 파운드리를 하고 있지만 이 분야에서 절대 강자는 TSMC다. 중앙처리장치(CPU) 3대 기업인 인텔· AMD·애플과 통신용 반도체의 양대 산맥인 퀄컴과 브로드컴, 인공지능(AI)과 그래픽 반도체의 강자 엔비디아, 게임기의 투 톱인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모두 TSMC에 반도체 생산을 맡기고 있다. 이 바람에 TSMC는 미처 생산을 하지 못할 정도다. 반도체 위탁생산을 맡기는 기업들은 TSMC가 주문을 맡지 못하면 그제야 다른 기업을 찾을 정도다.

위탁생산을 뜻하는 파운드리는 반도체 설계·생산·OSAT(패키징과 검사)를 모두 수행하는 종합 반도체 기업(IDM)과 달리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인 팹리스로부터 제조를 위탁받아 생산만 전담하는 업체다. 국내 반도체 기업 중 IDM에 속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파운드리 사업을 수행 중이다.

TSMC는 파운드리 분야에서 세계 92%의 시스템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중국의 반발과 위협에도 대만 방문을 강행한 것은 바로 이 같은 TSMC를 중국의 손길로부터 확실하게 떼어놓기 위한 행보로 풀이되고 있다.

승승장구하는 TSMC의 뒤에는 두 명의 걸출한 경영인이 있다. 창업자인 장중머우(張忠謀·모리스 창) 전 회장과 현재 조타수를 맡고 있는 류더인(劉德音·마크 리우) 회장이다. 류 회장은 장 회장이 은퇴한 이후 TSMC를 잘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류 회장은 펠로시 의장과의 만남에서 동맹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미국과 TSMC의 협력이 어느 수준에서 이루어질지는 지켜보아야 하지만 중국에 대한 TSMC의 태도는 분명한 상황이다. 중국이 대만을 공격한다면 미국, 중국, 대만이 모두 잃는 싸움이 될 것이라는 말이 이를 대변한다.

김봉만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협력실장은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위해 국가 재원을 투입해온 상황에서 공정한 시장 내 경쟁을 중요시하는 미국뿐만 아니라 EU조차도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해 연방정부 차원의 지원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면서 "반도체를 둘러싼 경쟁이 어느 때보다도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희권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안보 위협에 직면한 대만에 대한 미국의 반도체 의존 완화가 핵심 현안으로 떠오른 상황"이라면서 "우리나라는 향후 서방의 전략적 탈대만 수요 선점을 위해 첨단 후공정 생태계 경쟁력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