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권력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3일 오후 경기 오산 미 공군기지에 도착해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 대사, 폴 라카메라 주한미군사령관의 영접을 받고 있다. /연합
미국 권력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3일 오후 경기 오산 미 공군기지에 도착해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 대사, 폴 라카메라 주한미군사령관의 영접을 받고 있다. /연합

윤석열 대통령이 방한 중인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과 외교와 국방, 기술협력 문제 등을 의제로 40여 분 동안 전화 통화를 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통화에서 "이번 펠로시 하원의장 일행의 방문이 한미 간 대북 억지력의 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효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은 4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이날 오후 2시 반부터 40분간 펠로시 미 하원의장과 배석한 하원의원, 하원 외교위원장 등과 1+6형식의 ‘전화 회담’을 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통화에서 "5월 21일 한미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미 대통령과 약속한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을 앞으로 발전시키는 데 미국 의회와도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펠로시 의장 일행의 공동경비구역, JSA 방문은 한미 간의 강력한 대북 억지력의 징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 뒤 아시아 순방의 성공적인 마무리를 기원했다.

윤 대통령은 배석한 미 연방하원 의원단에 "각 지역구에 코리안 아메리칸 한인들에게 특별히 배려해달라"고도 당부했다.

펠로시 의장은 "윤 대통령의 첫 여름 휴가 도중에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하다"면서 "한미동맹은 여러 관점에서 중요성이 있지만, 특히 도덕적으로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십 년에 걸쳐 수많은 사람의 희생으로 지켜온 평화와 번영을 양국이 반드시 지키고 가꿔나가야 할 의무가 있다"며 "앞으로도 한미 간에 자유롭게 개방된 인도·태평양 질서를 함께 강구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이날 통화에서는 외교·국방, 기술 협력, 청년, 여성, 기후변화 등 여러 현안에 대한 토의가 상당 시간 진행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통화 배경에 대해 "만남이 가능한지 (연락이) 전달됐지만 윤 대통령의 지방 휴가계획을 확정한 상황에서 서울에 오면 (면담이) 힘들지 않겠냐, 2주 전 양해가 구해졌다"고 설명했다.

펠로시 하원의장과의 만남이 불발된 것과 관련, 일각에서 윤 대통령의 ‘외교 참사’ 또는 중국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지적하는 것에 대해서는 "펠로시 하원의장 대만방문은 약 1주일 뒤에 결정됐고 따라서 우리가 만나지 않은 것은 중국을 의식해서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통령이 전화라도 따뜻한 인사를 하고 싶다는 의향을 오늘 아침 일찍 타진했다"며 "그 말을 듣자마자 펠로시 하원의장이 흔쾌히 감사하다며 같이 온 사람과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싶다해 꽤 긴 통화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한편, 윤 대통령과 펠로시 의장의 통화에서 대만 문제는 거론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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