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통계에 따르면 6월 경상수지는 56억1천만달러(약 7조3천379억원) 흑자로 집계됐다. /연합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통계에 따르면 6월 경상수지는 56억1천만달러(약 7조3천379억원) 흑자로 집계됐다. /연합

올해 상반기 경상수지 흑자가 250억 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며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수준에 그쳤다. 이 와중에 올들어 지난 5월까지 관리재정수지도 70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재정수지 적자와 경상수지 적자가 동시에 발생하는 ‘쌍둥이 적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5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경상수지는 247억8000만 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의 417억6000만 달러보다 169억7000만달러나 줄었다. 이는 상반기 기준으로 2017년의 230억2000만 달러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큰 감소폭이다.

한국은행이 집계하는 경상수지는 상품수지·서비스수지·소득수지·경상이전수지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상품수지는 다른 나라와 각종 상품을 사고 파는 과정에서 발생한 수입과 지출의 차이로 관세청이 집계하는 무역수지와 유사하다. 다만 무역수지에는 보험료 등이 포함되지만 상품수지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올해 상반기 경상수지 흑자가 반토막 난 것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수지의 흑자가 큰 폭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상품수지 흑자는 지난해 상반기 384억3000만 달러에서 올해 상반기에는 200억1000만 달러에 그쳤다. 원자재 수입액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상반기 원자재 수입액은 석탄이 173.0%, 가스 90.8%, 원유 71.4%, 석유제품이 45.7% 늘었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은 한국은행의 국제수지 잠정통계 발표에 앞서 가진 4일 브리핑에서 "올해 경상수지는 300억~400억 달러 흑자가 예상된다"며"쌍둥이 적자 발생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경제수석비서관까지 나서 경상수지에 대해 언급한 것은 그만큼 쌍둥이 적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정부가 거둬들인 재정의 수입(세입)과 지출(세출) 차이가 재정수지고, 재정수지에는 통합재정수지와 관리재정수지가 있다. 우리나라는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을 차감해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를 기본 지표로 사용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나라살림의 적자폭이 적은 것처럼 보이기 위해 재정수지의 기준을 관리재정수지에서 통합재정수지로 잠시 바꾸기도 했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다시 관리재정수지로 변경됐다.

지난달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재정동향 7월호’를 보면 올들어 지난 5월까지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71조2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22조7000억원 급증했다. 정부는 올해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110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경상수지마저 적자로 전환하면 쌍둥이 적자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최 수석의 언급을 들여다보면 관리재정수지는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하지만 경상수지의 경우 규모는 줄어도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쌍둥이 적자가 발생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의미다.

실제 쌍둥이 적자가 발생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올들어 지난 6월까지 경상수지는 247억8000만 달러 흑자다. 다른 말로 하면 올해 7~12월 경상수지가 247억8000만 달러 적자가 나지 않는 한 연간 경상수지는 적자를 기록하지 않는다는 것인다.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어느 기관도 경상수지 적자를 전망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일각에서 쌍둥이 적자 우려를 내놓고 있는 것은 상품수지, 즉 무역수지가 심상치 않은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올들어 지난 7월까지 무역수지 적자는 150억2500만 달러에 달해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56년 이후 66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 4월의 25억1000만 달러 적자부터 7월의 46억7000만 달러 적자까지 내리 4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국민들이 쌍둥이 적자, 특히 경상적자에 민감한 것은 우리나라가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인데다 1997~1998년의 외환위기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이다. 당시 우리나라는 1994년부터 1997년까지 4년 연속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한 뒤 외환위기를 맞았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소득주도 성장 정책도 최근의 수출 여건 악화와 관련이 깊다. 내수 주도로 한국 경제를 이끌어갈 수 있다는 무지하고 무모한 정책, 다시 말해 수출을 경시한 정책이 지금 같은 상황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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