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은 물가로 지갑 형편이 어려워진 고객을 잡기 위해 '두마리 후라이드 치킨' 9990원 판매 등 유통업계의 '최저가ㆍ초저가 마케팅' 경쟁이 치열하다. 사진은 28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의 할인 안내문. /연합
치솟은 물가로 지갑 형편이 어려워진 고객을 잡기 위해 '두마리 후라이드 치킨' 9990원 판매 등 유통업계의 '최저가ㆍ초저가 마케팅' 경쟁이 치열하다. 사진은 28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의 할인 안내문. /연합

치킨값 상승률이 3개월 연속 두 자릿수를 기록하는 등 심상치 않은 양상을 보이고 있다. 유명 치킨 프랜차이즈 대표의 말처럼 치킨값 ‘3만원 시대’도 머지않아 보인다.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8.74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6.3% 높은 것으로 1998년 11월의 6.8% 이후 23년 8개월 만에 최고치다. 이 가운데 치킨값은 전년 동기 대비 11.4% 상승했다.

지난 5월과 6월 치킨값 상승률은 각각 10.9%, 11%다. 지난달까지 포함하면 치킨값은 석 달 연속 두 자릿수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일차적인 원인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국제유가 급등, 식자재비 인상 등이다.

이에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속속 가격 인상을 발표하면서 소비자들은 울상이다. 배달료까지 포함하면 치킨 한 마리 가격은 이미 2만원을 훌쩍 넘긴 상태다. 실제 교촌·비비큐(BBQ)·비에이치씨(BHC)·굽네치킨 등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지난해 말부터 5~10%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

교촌치킨은 지난해 11월 주요 메뉴를 대상으로 500~2000원씩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BBQ와 BHC도 2000원 이상 가격을 올렸다. 대부분의 업체는 물가 상승 영향으로 인건비, 임차료, 통신비, 수도·전기세 등 간접비용의 상승을 가격 인상의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가파른 치킨값 상승에도 농가의 수익은 계속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의 ‘2021 유통정보조사’에 따르면 닭고기 농가 수취가격은 2015년 50.3%에서 지난해 7.4%포인트 줄어든 42.9%를 기록했다. 농가 수취가격은 소비자 판매가격에서 농가에게 돌아가는 금액이다. 농가 수취가격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농가 수익이 꾸준히 낮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치킨 프랜차이즈에서 많이 사용하는 9~10호 닭고기 가격의 평균가는 3340원이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평균가 3041원과 비교하면 299원 차이에 불과하다. 반면 유통비용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유통비용은 소비자 판매가격에서 농가 수취가격을 제외한 금액으로 물류·인건비 등을 포함한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치킨의 유통비용은 2015년 49.7%에서 지난해 60%에 육박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가맹점주들과의 협의를 통해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고 주장하지만 프랜차이즈 본부의 이익을 위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면서 "가맹점 원부자재 가격 공개를 통해 가격 인상의 근거를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치킨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냉동 닭고기 수입도 큰 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수입 냉동 닭고기는 1만3699톤이었다. 이는 지난 2월보다 26% 늘어난 것이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60%가량 증가한 것이다. 국가별 수입량은 브라질 1만2811톤, 미국 490톤,태국 398톤 등의 순이다. 닭고기 부위 중에는 다리가 1만3326톤으로 가장 많았다. 그 밖에 날개가 257톤, 가슴살이 116톤 수입됐다.

육계업계의 한 관계자는 "농가는 닭고기를 헐값에 넘기고 있음에도 치킨값의 고공행진이 계속된다면 소비자들은 다른 선택을 할 것"이라면서 "냉동이나 마트 치킨 등 대체품 구매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높은 치킨값 부담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대형마트 치킨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홈플러스가 내놓은 ‘당당치킨’ 후라이드는 699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판매 중이다. 지난 6월 말부터 이달 2일까지 제품 누적 판매량이 26만마리를 넘어설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이마트 역시 지난달부터 9980원에 ‘5분 치킨’을 출시해 판매하고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5분 치킨 출시와 동시에 이마트의 7월 치킨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 증가했다. 5분 치킨은 국내산 9호 냉장계육을 사용했다. 전분과 쌀가루, 천연 향신료 등 15가지 이상의 재료가 들어간 특제 파우더를 사용해 풍미를 살린 것이 특징이다.

롯데마트는 국내산 9~11호 계육 한 마리 반으로 구성된 ‘New 한통가아아득 치킨’을 1만5800원에 내놓았다. 매월 3만5000통 이상 판매될 만큼 대표적인 롯데마트 상품으로 자리잡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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