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호·허연화·홍기하 3인전 '인터페이스' 27일까지 열려
시각예술 이해 하기 쉽도록 무료 전시·교육프로그램 운영

전시 전경. /페리지갤러리
전시 전경. /페리지갤러리

서울 서초구에 자리한 페리지갤러리가 35세 이하의 젊은 작가들에 주목한 기획전시 프로그램 ‘페리지 언폴드’(페리지 펼쳐지다)를 새롭게 열었다(8월5~27일).

KH바텍의 비영리 전시공간인 페리지갤러리는 2014년 개관 이래 한국현대미술을 포함한 시각예술을 쉽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도록 ‘Perigee Artist’와 ‘Perigee Art School’(교육프로그램)을 무료 운영 중이다.

이번 프로그램의 첫 전시는 정영호(33)·허연화(34)·홍기하(28)의 3인전 ‘인터페이스’(inter-face)다. ‘대면하고 접하는 것’이 인터페이스다. 페리지갤러리 김명진 큐레이터에 따르면 우리와 사물 사이를 매개해 세계를 감각하고 표현할 수 있게 하는 장치이자 틀을 포괄적으로 가리킨다. 미술의 영역에 국한할 때 ‘미술의 매체(medium)’가 되는데, 이번 전시는 우리의 감각 기반이자 조건인 ‘미디어(media) 환경’ 이야기를 함께 다루고자 기획했다.

정영호 작가는 ‘젠더 갈등’ ‘이민자’ 등 사회적 문제의 주제어 언급량을 빅데이터 프로그램을 통해 3차원으로 시각화하고 3D 프린터로 출력해 촬영한 작품을 선보인다. 비시각적인 온라인 여론장을 3D 프린팅으로 물질화, 다시 그래픽 이미지로 가상화함으로써 사진의 한계를 넘어서려 한다. 정 작가가 추구해 온 것은 ‘디지털 물질성’이다. 주로 디지털 스크린의 픽셀이나 3D 프린터로 제작된 개체의 질감을 큰 사진으로 보여준다.

허연화 작가는 조각·회화 등 여러 매체를 설치해 공간에 풍경을 그려낸 작품을 내놨다. 전시에 맞게 제작된 음악을 함께 사용하기도 한다. 3D 모델링 프로그램으로 입방체를 만들고 각 면에 사진을 배치한 뒤, 페트(PET)지에 인쇄한 것을 실재의 조각 작품 같아 보이게 했다. 주름진 입체물은 납작하게 접힐 수 있어 조각의 공간적 제약을 해결한다. 이런 작업 방식이 데이터로 구축된 가상공간을 현실의 물질로 치환할 때 생기는 차이를 줄여준다.

조각의 전통적인 재료와 제작방식을 어느 정도 고집해 온 홍기하 작가의 경우, 동시대적 가능성을 탐구한 석고 조각들을 전시한다. "조각사를 되돌아보며 기존의 돌·석고 같은 재료들이 구시대적이란 편견과 달리 아직 발굴되지 않은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고, 설치미술로 단절됐던 조형적 탐구를 이어가고자 한다"고 홍 작가 스스로 밝혔다. 작업 과정을 "재료와 대화한다"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허연화 작가의 회화와 설치작품들. 작품으로 풍경을 만든다. /페리지갤러리
홍기하 작가의 석고 조각상들. 현대미술가이면서도 전통적 재료인 석고의 가능성을 재발견하고자 노력해 온 홍작가는 "재료와 대화한다"는 표현을 쓴다. /페리지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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