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만 봉쇄’는 난폭했다. 군사훈련은 대부분 ‘방어 훈련’을 내세우는데, 이번 중국의 훈련은 실전형 공격훈련이었다. 중국은 대만을 6개 방향에서 포위한 실전 매뉴얼을 처음 선보였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전후하여 중국은 3일~6일 나흘 내내 대만을 압박했다. 6일에는 총 20대의 중국 군용기가 대만의 방공식별구역(ADIZ) 안에 들어왔다. 이중에서 SU-30 10대, J-11 4대는 대만해협 중간선 동쪽을 넘어 침범했다. 대만 국방부는 중국군 군용기가 3일과 4일 각 22대씩, 5일에는 68대가 대만해협 중간선 동쪽 공역을 위협했다고 발표했다.

대만 해협 중간선은 1954년 미국과 대만 간 상호방위 조약을 체결한 후 1955년 미국 공군이 중국과 대만의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해 선언한 중국과 대만 사이 비공식 경계선이다. 중국은 이 경계선을 수시로 무시해왔는데, 이날은 실전에 가깝게 경계선을 넘었다. 대만군은 즉각 전투기를 출격시키고 경고 방송을 하면서 방공 미사일 시스템을 가동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대만을 담당하는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는 대놓고 "계획에 따라 대만의 북부·서남·동부 해·공역에서 실전화 연합훈련을 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다. 중국은 오는 22일 한미 연합훈련이 예정된 상황에서 6일부터 우리의 서해 주변에서 실사격 훈련을 시작했다. 대만 해협에서의 미-중 간 군사 긴장이 서해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서해 수역은 한·미와 중·북이 얽혀 있다. 북한은 1953년 정전협정 때 설정된 서해 NLL(북방한계선)을 인정하지 않고, 서해를 분쟁수역으로 만들려는 시도를 계속해왔다. 따라서 서해 수역은 언제든 갈등이 분출될 수 있는 곳이다. 또 중국은 일찍이 모택동 시기부터 황해(서해)를 자국의 내해(內海)로 간주해왔다. 백령도를 비롯한 서해 5도는 우리가 사수해야 할 군사 요충지다. 이 때문에 남·북·미·중이 얽힌 서해 NLL 해역은 북한군의 상시적 도발이 어느 순간 국제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더욱이 현 시기는 미-중 갈등과 대립이 세계 전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만 해협에서 보듯이 동아시아 일대에서 중국의 군사 위협이 차츰 거칠어지고 있다. 중국의 폭력적 군사노선에 우리도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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