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재
김원재

지난 19일 여성가족부가 7월 13일 개정된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양육비 이행법)에 따라 남성 2명의 명단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이들은 이혼 후 자녀에게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이른바 ‘배드 파더스(bad fathers)’다. 한 명은 14년 9개월간 양육비 6520만원을, 다른 한 명은 10년8개월간 양육비 1억2560만원을 미지급했다.

배드 파더스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들은 도덕적으로 비난 받을 행동을 했다. 그럼에도 네티즌들은 남성들의 신상을 공개한 여성가족부의 행동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동안 국민적 분노를 저지른 범죄자들의 신상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던 것과 상반된 반응이었다. 네티즌들은 "양육비 안주는 배드마더 명단은 공개 안하나", "여가부는 무소불위 권력기관이네", "여가부가 언제부터 검경위에서 놀게 됐음?"라며 주로 여성가족부의 자의적인 신상공개에 비판의 초점을 맞췄다. 네티즌들의 이런 반응은 조금 과한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맞는다고 본다.

먼저 형법상 범죄와의 형평성 문제다. 우리나라는 살인이나 강간 같은 몇몇 강력범죄에 대해서만, 그것도 심의위원회의 심사를 거쳐서 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한다. 하지만 여가부가 신상공개한 남성 2명은 형법상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 다만 채무 불이행자에 불과할 뿐이다.

이들이 도덕적으로 비난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형법상 범죄를 저지르지도 않았는데 살인·강간 등과 같은 강력범죄를 저지른 사람과 같은 취급을 받는 것은 다른 문제다. 넓게 보면 양육비 미지급과 같은 카테고리로 넣을 수 있는 사기죄도 형법상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신상공개의 대상이 아니다.

양육비 미지급 신상공개 찬성론자들은 "그래서 양육비 지급도 안하는 나쁜 놈들을 옹호하는거냐"라고 공격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는 곧 잘못의 경중을 따지지 않고 무조건 사형시켜야 된다는 논리나 마찬가지다. 여가부의 신상공개는 형법상 범죄와의 비교에서 모순점을 드러낸다.

두 번째는 신상공개의 목적이다. 형법상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도 신상공개는 함부로 하지 않는데, 형법상 범죄가 아닌 양육비 미지급에 대해 신상공개를 한다면 그에 타당한 목적이 있어야한다.혹자는 양육비를 받지 못해 고통받는 아이들을 구제하기 위해서라 한다. 하지만 그것이 목적이라면 여가부가 양육비를 아이들에게 선지급하고 양육비 미지급자에게 구상청구하면 되는 일이다.

이렇게 되면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일종의 형벌을 주는 목적밖에 남지 않는다. 이 목적 또한 형법상 범죄와 형평성 문제로 신상공개에 정당성을 부여하지 못한다. 결국 신상공개 제도는 제대로 된 목적이 없다는 거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양육비 이행법 제21조의5다. 여기에서 "(…)양육비 채권자의 신청에 의하여 위원회의 심의ㆍ의결을 거쳐 다음 각 호의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정보를 공개 해야한다’가 아닌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 양육비 이행법은 여성가족부에게 신상공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준다. 사실상 여성가족부가 사법부에 준하는 권한을 갖는 것이다.

여성가족부는 그동안 직·간접적으로 남성을 차별하는 행태를 보여왔다. 대표적인 예로 여가부 산하기관인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 ‘남성은 잠재적 가해자’라고 말하는 교육영상을 만든 것을 들 수 있다. 첫 신상공개 대상도 하필 남성 2명이지 않은가.

결국 이처럼 편향적이고 그릇된 사고방식을 가진 여성가족부가 사법에 준하는 권한을 가진다는 거다. 신상공개를 무조건 반대하자는 것이 아니다. 형법상 범죄와 비례성을 지키자는 것이다. 특정 사상을 가진 기관이 임의로 신상공개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닌 정확한 기준을 세워 결정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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