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운정의 길 따라...] 포항을 즐기는 방법 4

'폭포 전시장' 내연산 계곡...'남부군' 영화 속 대원들 목욕한 촬영지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 들으며 죽도시장 구경...물회 맛에 더위날려

경북 최대 시장인 죽도시장.
경북 최대 시장인 죽도시장.

우리가 포항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는 포항제철과 호미곶 일출, 구룡포, 과메기 정도가 아닐까. 여행객들이 포항을 찾는 시기도 대부분 새해 무렵이나 찬 바람이 몰아치는 겨울이다. 하지만 포항은 시원한 여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다. 폭포가 이어지는 계곡도 펼쳐지고 드넓은 백사장이 펼쳐진 해수욕장이 이어진다.

포항 여름 여행의 첫 목적지는 내연산 계곡이다. 내연산은 포항시 북구 청하·송라·죽장면과 영덕군 남정면의 경계를 이루는 산이다. 내연산 계곡의 입구 격인 보경사에서 경상북도수목원까지 총 12.8km의 계곡 구간 숲길이 나 있으며 데크 로드와 안전 펜스 등이 잘 설치되어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

보기만 해도 시원한 폭포

내연산 계곡은 폭포 전시장이라고도 불린다. 4km쯤 되는 골짜기 곳곳에 폭포가 즐비하다. 폭포 전시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급전직하로 떨어지는 물줄기가 잠시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그중 제1폭포인 쌍생폭포부터 12폭포인 시명폭포까지 어디 내놓아도 손색없는 폭포가 12개나 된다. 은폭·연산폭·관음폭·무풍폭·상생폭 등의 이름이 붙어 있다. 특히 제7폭포인 연산폭포까지는 편안한 트레킹 코스가 약 2.7km 이어지는데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을 만큼 평탄한 길이라 부담 없이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폭포에서 떨어진 소(沼)가 유난히 깊고 넓은 잠룡폭포(제4폭포)는 영화 〈남부군〉의 촬영지이기도 한데, 영화 속에선 남부군 대원들이 발가벗고 목욕하는 곳이 지리산 골짜기로 나오지만 실은 내연산이었다.

구룡포의 저녁.
구룡포의 저녁.

내연산 계곡의 좋은 점은 굳이 모든 코스를 다 걷지 않아도 된다는 것. 특히 제7폭포인 연산폭포까지는 편안한 트레킹 코스가 약 2.7km 이어지는데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을 만큼 평탄한 길이라 부담 없이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아이와 함께 걸어도 왕복 2시간이면 넉넉하다.

내연산 계곡의 하이라이트는 연산폭포다. 연산폭포 가기 전 구름다리가 아찔하게 걸려 있고 그 아래로 관음폭포가 흘러내린다. 구름다리 뒤의 암벽은 학이 깃든다는 학소대. 출렁이는 구름다리를 건너면 굉음과 함께 쏟아지는 연산폭포를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내연산의 빼어난 경치는 진경산수화의 대가로 불리는 겸재 정선이 1753년 58세의 나이로 이곳 청하현감으로 재직할 때 〈내연삼용추〉라는 연작 작품으로 그리기도 했다.

해수욕을 즐기기 좋은 드넓은 해변

포항에는 해수욕장이 많다. 젊은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해수욕장은 영일대 해수욕장이다. 1976년 개장했다. 원래 이름은 북부 해수욕장이었지만 해상 누각인 영일대가 새로 세워지면서 영일대 해수욕장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해마다 백사장 면적이 2~3미터 정도 넓어지는 곳으로 유명하다. 해수욕장 앞으로는 포스코의 웅장한 모습이 보이고 뒤편으로 카페와 레스토랑, 횟집 등 유흥시설이 밀집해 있다. 포항에서 가장 활기가 넘치는 해수욕장이다.

좀 더 한적한 해수욕장을 찾고 싶다면 칠포 해수욕장과 월포 해수욕장을 추천한다. 포항시에서 북쪽으로 13km 거리에 있는 칠포 해수욕장은 백사장 길이 2,000미터에 달한다. 백사장은 왕모래가 많이 섞여 있으며 주변에서 바다낚시도 가능하다. 월포해수욕장 역시 수심이 낮고 파도가 없어 해수욕을 즐기기에 좋다.

크루즈를 타고 포항 운하 돌아보기

포항하면 죽도시장을 빼놓을 수 없다. 전국 5대 시장이자 경북 최대의 재래시장으로 손꼽히는 곳. 약 1200여 개의 점포가 들어서 있다. 활어횟집부터 건어물, 의류, 채소를 파는 난전까지 없는 것이 없다. 50여 년 전 갈대밭이 무성한 포항 내항의 늪지대에 노점상들이 하나둘 씩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시장은 생선을 실은 손수레와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로 정신이 하나도 없을 지경. 억세지만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를 들으며 시장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는 재미가 여간 쏠쏠한 것이 아니다.

영일대 해수욕장의 아침.
영일대 해수욕장의 아침.

죽도시장 앞으로는 포항운하가 흐른다. 1970년대 초 포항제철 준공으로 물길이 막혔던 동빈내항 일대에 오염물이 쌓이면서 죽도시장까지 악취가 진동했는데, 이를 과거의 모습으로 복원하면서 길이 1.3km, 폭 17~20m의 물길을 낸 것이다.

포항운하 홍보관에서 출발하는 포항운하 크루즈를 타면 포항운하와 동해바다를 유람할 수 있다. 송도동·해도동·죽도동을 차례로 지나면 물길을 따라 산책로와 조각품들이 서 있는 공원이 따라온다. 이렇게 십여 분 가면 물길이 넓어지며 동빈내항으로 들어선다. 영일만 깊숙이 들어와 있던 동빈내항은 예부터 작은 어선이 정박하기 좋았던 천혜의 항구이자 한때 포항의 경제를 쥐락펴락했던 동해안의 대표적인 항구였다. 지금이야 그 기능이 구룡포항으로 옮겨갔지만, 아직도 수많은 배들이 정박해 있다.

활기차고 정겨운 포구 풍경

이왕 나선 걸음 구룡포까지 가보자. 햇빛에 검게 그을린 어부들의 부지런한 모습, 생선을 손질하는 여인네들의 웃음소리, 그리고 바다를 분주히 오가는 고깃배의 모습이 정겨운 곳이다.

구룡포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곳은 근대문화역사거리다. 200미터의 좁다란 골목 양편에 1910년대 일본인 어부들이 모여살던 적산가옥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특히 1938년 구룡포어업조합장을 지내면서 큰 부를 쌓은 ‘하시모토 젠기치’의 이층집이 눈길을 끈다. 당시 일본에서 공수한 건축 자재로 지은 이 건물은 지금은 근대역사관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건물 내부에는 당시 구룡포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과 생활용품 등이 전시되어 있다. 이곳은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촬영지기도 하다. 아직도 세트장이 그대로 잘 보존되어 있다.

동백꽃 필 무렵 촬영지.
동백꽃 필 무렵 촬영지.

구룡포엔 아주 오래된 국수공장이 있다. 1971년 문을 연 제일국수공장이다. 원래 구룡포에는 제일국수공장이 생길 무렵 일곱 개의 국수공장이 있었는데, 지금은 모두 문을 닫고 이 집 하나만 남았다고 한다. 지금도 소금물로 반죽하고 재래식 기계를 이용해 면을 뽑아 바닷바람 부는 건조장에 내다 말린다.

포항의 여름철 별미는 단연 물회를 꼽을 수 있다. 물회는 고기를 잡느라 바쁜 어부들이 한 끼 식사를 빨리 해결할 요량으로 먹던 음식. 방금 잡은 물고기를 회쳐서 고추장 양념과 물을 넣고 비벼 훌훌 들이마셨던 데서 유래됐다. 처음에는 어부들 사이에서 유행했다가 차차 주민들에게 알려지면서 ‘포항물회’라는 지방 특유의 음식으로 정착하게 되었다. 가자미·광어·도다리·노래미 등 흰살생선을 주로 사용한다. 죽도시장과 북부 해수욕장, 호미곶 등 포항 어느 곳에서나 맛볼 수 있다. 매콤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여름 무더위를 잊게 해준다.

[ 여행정보 ]

포항의 별미 물회.
포항의 별미 물회.

구룡포 지역의 토속 음식인 모리국수는 큼지막한 솥에 그때그때 잡힌 생선과 채소, 고춧가루, 칼국수 등을 듬뿍 넣고 걸쭉하게 끓여낸다. 예부터 어부들이 뱃일을 마치고 먹던 음식으로 매콤한 맛이 이마에 땀을 송송 맺히게 한다. ‘많다’라는 의미의 일본어 ‘모리’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까꾸네 모리국수(054-276-2298)가 유명하다. 구룡포초등학교 앞의 분식집인 철규분식(054-276-3215)은 찐빵으로 유명한 곳이다. SBS ‘생활의 달인’에서 찐빵 최강 달인으로 소개될 만큼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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