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한중 수교 30주년 앞두고 방중…왕이와 양국관계 발전 방향 논의
‘한한령 해제’ 및 수교 30주년 교류 확대와 시진핑 방한 등도 협의 전망

인도네시아 발리에 열린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에 참석 중인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7일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갖고 있다. /외교부 제공

박진 외교부 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만나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9일 갖는다. 박 장관의 방중은 윤석열 정부 들어 첫 고위급 방문이다. 이번 한중 외교장관회담은 한중 수교 30주년을 앞두고 양국관계 발전 방향을 비롯해 반도체 공급망 재편 문제, 북핵 협력 강화 방안, 사드 등 안보 관련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박 장관은 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서 출국해 2박3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한다. 9일에는 산둥성 칭다오에서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을 갖고 한중 관계, 한반도 및 지역·국제 문제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박 장관과 왕 외교부장의 회담은 지난달 7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에서 만나 탐색전을 벌린 후 한달 여만이다. 특히 오는 24일 한중수교 30주년을 앞두고 양국관계 발전에 대한 미래지향적인 한중 협력을 강화 논의가 오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의 ‘대만 침공’ 시나리오 등 국제정세의 난기류에 직면한 현시점에서 한중 관계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한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공급망 협력대화’인 이른바 ‘칩4(Fab4, 한국·미국·일본·대만)’와 관련, 예비회의에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미국에 전달하면서 중국의 반발이 예상된다.

또한 최근 미국은 대만 문제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중국과 대치하면서 ‘동맹’ 한국을 향해 대중 전선에 더욱 적극적으로 동참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더해 미국은 안보 문제뿐만 아니라 무역 분야 등에 있어서도 한국과의 협력을 강화해 중국을 고립화하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월 방한 당시 한국은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를 공식화했고, 지난달 말에는 IPEF 1차 장관급회의가 열렸다. IPEF에는 한국, 미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인도, 아세안 7개국이 참여하며 이는 ‘대중국포위전략’의 일환으로 경제협력 강화를 주목적으로 한다.

이에 따라 이번 박 장관의 방중은 자국을 고립시키려는 국제적 안보·경제 전선에 주요 국가로 참여하고 있는 한국의 입장을 중국에 잘 설명하고 설득해야 하는 과제가 놓여있다. 따라서 박 장관은 중국 등 특정국을 배제할 목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 오해의 소지를 없앤다는 방침이다.

또한 중국이 경기를 일으키는 사드 문제 등의 반발에 대해서도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중국은 ‘사드 3불(사드 추가배치 불가, 미국 미사일방어체계 불참, 한미일 3자 군사동맹 불가)’에 대한 약속 이행을 종용할 것으로 보인다. 사드 3불은 문재인 정부 당시 나온 것이지만 박 장관은 최근 이를 부인한 바 있다.

박 장관은 지난달 25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관련 질의를 받고 "3불 정책은 우리가 중국과 약속하거나 합의한 것이 아니라 우리 입장을 설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후 중국 외교부는 "새로운 관리는 옛 장부를 외면할 수 없다"며 사드 3불 준수를 압박했다.

이 밖에 이번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는 중국측의 ‘한한령 해제’ 및 수교 30주년 계기 교류 확대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등도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 박 장관은 중국에서 한중 외교장관회담 외에도 재중국 교민·기업인 간담회를 열고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 정부의 대중 외교정책을 설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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