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정미경 최고위원이 8일 오전 국회 국민의힘 대회의실에서 최고위원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국민의힘 정미경 최고위원이 8일 오전 국회 국민의힘 대회의실에서 최고위원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당 대표 징계 등 내홍을 앓고 있는 국민의힘 지도부가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당내 친이준석계 인사로 분류돼 온 정미경 최고위원과 한기호 사무총장이 8일 잇따라 사퇴하면서 비대위 체제 변환에 힘을 실어주었다.

정 최고위원과 한 사무총장은 이날 최고위원직과 사무총장 직을 잇따라 내려놨다. 친이준서계 지도부 인사들로 그동안 ‘사퇴 거부’ 입장을 밝혀왔지만 당의 운명이 경각에 달리 시점에서 대의적 판단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은 9일 열리는 전국위원회에서 비상대책위 체제 전환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비대위 체제를 중심으로 당을 수습하는 방향에 친이준서계도 힘을 실어 당을 수습하겠다는 의도다.

앞서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직무대행 사퇴를 선언하고 조수진 배현진 윤영석 최고위원도 줄줄이 사퇴를 선언한 데 이어 정 최고위원도 이날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이준석 대표 본인과 이 대표가 지명한 김용태 최고위원 2명 외에 사실상 최고위원 전원이 사퇴한 셈이 됐다. 당연직 최고위원 신분인 성일종 정책위의장도 앞서 "직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여기에다 최고위원은 아니지만 당의 ‘3역’인 사무총장이 사무부총장들과 함께 사퇴하면서 비대위 체제 전환을 하루 앞두고 사실상 최고위가 기능을 상실하게 됐다.

정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떻게 해서든 당의 혼란을 막아보고자 노력했지만 부족했다. 송구한 마음"이라며 최고위원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은 무엇보다 당의 혼란이나 분열 상황을 빨리 수습해야 하는 게 먼저라 생각했다"며 "더이상 우리는 내홍이나 분열로 국민께서 기적적으로 만들어주신 정권교체의 시간을 실패로 만들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 최고위원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을 예고한 이 대표를 겨냥, "이 지점에서 대표가 멈춰야 된다"며 "가처분이 받아들여지든 안받아들여지든 그건 이기는 게 아니고, 지는 게 지는 게 또 아니다. 대표는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 사무총장도 이날 오전 당 대변인실을 통해 홍철호 전략기획부총장, 강대식 조직부총장과 공동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당 사무를 총괄했던 사무총장, 전략기획부총장, 조직부총장 3인은 오늘부로 국민의힘 당무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상임전국위에서는 현 상황이 당의 비상 상황임을 규정하고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기로 의결했다. 내일 전국위에서는 작금의 혼란을 수습할 비대위원장을 의결할 것"이라며 "비대위원장이 임명되면 새로운 지도부를 꾸려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당 운영을 시작하는 만큼 전임 대표체제 하의 지도부였던 저희가 당직을 내려놓는 것이 정도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국민이 정권교체를 위해 국민의힘을 선택해주신 이유를 절대로 잊어선 안 된다. 당내 갈등과 분열로 민생과 개혁을 뒷전으로 미뤄놓는다면 민심이 떠나고 국정 동력도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9일 오전 전국위를 열어 비대위 체제 전환을 위한 당헌 개정안을 의결한 뒤 오후 화상 의원총회를 열어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공개하고, 이후 전국위 회의를 재개해 비대위원장 임명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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