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해일
장해일

내년 최저임금으로 올해 9160원보다 5%, 460원 오른 시급 9620원이 고시됐다. 월 노동시간 209시간을 기준으로 했을 때, 월급으로 환산하면 201만 580원이다. 월 환산액이 200만원을 최초로 넘게 된다.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국회환노위 국감에서 참고인 자격의 한 교수를 두고 최저임금에 관한 의견청취가 진행되고 있었다. 당시 뇌리에 지우기 힘든 장면은 여당 의원이 그 교수에게 훈계조로 "꼴랑 만원"도 못 주는게 말이 되느냐며 호통을 쳤다. 그해 최저시급은 6470원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호기가 무색하게도 그 1만원도 내후년에야 가능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날의 질타가 지지자들을 향한 정치적 카타르시스를 선사한 것일까 아니면 무지한 소신의 우기기였을까?

그동안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노동생산성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인상되어 왔다. 특히 문 정부는 집권 초기 소득주도성장이란 미명 하에 최저임금을 2018년 16.4%, 2019년 10.9%의 두 자리를 인상하는 가속 패달을 밟았다. 소득주도로 경제성장을 견인할 수 있다는 위험한 실험을 시도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마저 든다.

보통 최저임금은 그 나라 중위권 소득의 40-50%에 결정된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최저임금은 이미 올해 중위권 소득(194만 4,812원)만큼 올라가 있다. 소득수준을 감안하면 최저임금이 가장 높은 나라에 속한다.

최저임금 인상론자는 언제나 최저임금이 사회약자 보호와 노동가치의 존엄을 나타내는 척도라며 무리한 인상을 주장한다. 문 정부는 그러한 교조적 논리에 경도되어 인상을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 경제에 심대하게 영향을 끼치는 정책결정도 경제논리보다는 정치논리에 압도당한 부끄러운 행태였다.

최저임금 결정에는 여러 논거가 적용된다. 노동생산성 못지않게 지불능력도 중요하다. 그것을 넘어선 최저임금 정책은 가뜩이나 숨이 턱까지 차오른 한계 자영업자나 영세업자에 파산의 트리거가 된다. 실제 과도한 최저임금으로 그들은 꼼짝없이 문을 닫아야 했다. 한경연에 따르면 문제의 18년에 15.9만개, 19년에 27.7만개의 일자리가 김소했다. 최저시급이 1만 원으로 인상될 시에는 최대 30.4만개가 사라질 전망이다. 잠시나마 올라간 시급에 환호할 수 있겠지만, 결말은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고용절벽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최저임금 정책의 최대수혜자는 강성노조가 득세하는 대기업과 공공기관의 철밥통 근로자들이다. 그들은 최저임금 인상율과 사실상 연동해 인상되는 급여의 호사를 누린다. 그만큼 기업경쟁력 약화를 불러온다, 이 점에서 최저임금제도가 약자 보호라는 본래의 도입취지가 선하다하여 경제 전반에 끼치는 제반 부작용을 도외시해서는 안된다, 경제계는 이번 인상율도 시장경제의 어려운 현실을 외면한 과도한 처사라며 불만을 숨기지 않는다.

벌써 최저임금제를 40년 가까이 시행해왔지만, 모두를 만족시키는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란 쉽지 않았다. 앞으로는 최저임금이 제반 경제여건을 반영한 적절한 수준으로 인상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음의 보완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먼저, 최저임금의 예고는 경제주체들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도록 적어도 2-3년의 시차를 두고 하도록 하자. 그동안 시행일을 겨우 반 년도 남기지 않은 채 과격한 결정으로 여러 후유증과 부작용을 낳았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최저임금을 국가 단위보다는 지역별로 다른 결정을 하도록 하자. 그 이유는 업종과 지역에 따라 원가와 수익성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러한 것들 못지않게 유의할 점은 정부대책이다. 정부는 최저임금제도의 모순과 부작용을 커버하고자 인건비 보조나 카드수수료 감면 같은 불합리한 정책을 남발하는 일이 더는 없어야 할 것이다. 이는 자칫 시장경제의 기본을 위반하게 되고, 비효율을 포상하여 역선택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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