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의 위기' 데자뷔 '한국의 위기'

中의 야만적 군사력 겁박, 언젠가 한국이 맞닥뜨릴 미래일수도
무소불위 반도체 굴기는 한국의 생존 걸린 '반도체 영토' 위협
대만, '자유·민주'만으로도 동맹...반도체로 경쟁적 운명 공동체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3일 타이베이 총통부에서 열린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과의 회담 도중 연설하고 있다. /연합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3일 타이베이 총통부에서 열린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과의 회담 도중 연설하고 있다. /연합

오늘날 국제질서 속에서 우리는 대만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대만이란 미·중의 입장을 살피며 ‘불가근 불가원’ 할 존재가 아닌, 자유세계의 동반자로서 적극적인 지지와 협력을 추구할 우방이다.

대만은 1987년 계엄 해제, 1990년대 절차적 민주주의 실현에 성공한 이래 어엿한 자유민주주의 공화국을 운영해 왔다. 그런 대만이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방문 이후 격화된 중국의 위협 앞에 ‘국난’에 직면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방한한 펠로시 의장을 안 만난 것은 중국을 필요 이상 자극하지 않으려는 태도로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공항이나 국회에서 ‘홀대’를 느끼게 했다면 문제다. 윤 대통령의 면담 회피에 대해,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이 7일 미국의소리(VOA) 인터뷰에서 냉정한 분석을 했다.

"매우 우려된다" "실수였다고 생각된다"며, "중국을 달래려는 계획이었다면 성공 못할 것이다. 미국을 모욕한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김진표 국회의장이 펠로시 의장을 만난 것은 예의와 국익을 이룬 조치였다"며 환영하고 나섰다. 윤 대통령의 행동이 미·중에 어떤 시그널을 주었는지 잘 알 수 있다.

대만섬에 쫓겨 온 장제스 정권의 중화민국, 김일성의 남침으로 혹독한 전쟁을 겪은 대한민국, 양자 모두 동족상잔과 이산의 비극을 체험한 공감대 위에 ‘반공의 우방’이 됐다. 이 관계는 소련을 주적으로 인식해 온 서방세계가 중화인민공화국을 끌어안으면서 무너진다.

미·소 대립 절정기였던 1970년대 초, 개혁개방 이전부터 미국은 중국공산당과의 관계 정상화를 시도했다. 수년의 물밑 작업 끝에 1979년 미·중 수교가 이뤄지자, 한때 대륙을 점거한 괴뢰정권으로 불리던 ‘중공’이 ‘중국’으로 불리게 됐다.

중화민국 대신 중화인민공화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국 자리를 차지하면서, 중화문명을 계승한 유일한 합법정부는 중화인민공화국, 그때부터 중화민국은 ‘대만’으로 칭해진다. 대한민국이 ‘남한’으로 불리는 것보다 훨씬 심각한 위상의 저하를 상징한다.

그래도 미·중 밀월시대는 중국·대만(양안) 모두에게 ‘호시절’이었다. 지난 30년, 대만의 자치 내지 독립을 중시하는 민진당으로의 정권 교체 속에서도 중·대 관계는 남북한 관계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안정적인 경제교류 및 협력 상태가 유지돼 왔다.

대만의 對中수출 비율은 코로나 팬데믹 사태와 최근 미·중 긴장 속에 많이 낮아져 41%, 그래도 대미 수출 15%의 약 3배에 가깝다. 탈중국의 어려움, 대만의 내부 사정 또한 복잡다단하다. 대만엔 크게 세 부류의 경향성이 존재한다. 크게 국민당과 민진당 계열, 친중·반중으로 나눌 수 있지만, 그 속은 단순치 않다. ‘하나의’ ‘큰’ 중국을 지향하는 ‘통일론’ 과, 중화민국의 정통성 및 ‘자유중국’을 중시한 흐름이 공존한다. 한편 ‘중국’이나 ‘중화민국’보다 ‘대만 공화국’이길 원하는 사람들이 있다.

5월 초 대만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9년 만에 한국을 추월할 것이란 소식이 전해졌다.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에 따르면 올 대만의 1인당 GDP는 3만6000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앞서 4월 IMF 보고서가 올 한국과 대만의 1인당 GDP를 각각 3만4990달러, 3만6050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대만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한국을 추월하리란 관측은 작년 12월 이미 나와 있었다. 이렇게 산업화 민주화를 달성한 또 하나의 자유민주공화국이 바로 대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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