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칩(Chip)4동맹 예비회의에 참여하기로 했다. 현명한 결정이다. 칩4동맹은 반도체 공급망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미국·한국·대만·일본 등 4개국 협의체다.

칩4동맹을 엮는 끈은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Chips Act)이다. 향후 5년간 미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 신설 및 확장과 연구개발 등에 520억 달러(약 80조 원)를 지원하되, 수혜자들은 향후 10년간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특정 국가에 새로운 제조 능력의 확장 및 구축을 금지한다는 것이 골자다. 칩4 동맹의 목적은 일차적으로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의 디딤돌인 중국 내 개발·생산에 대한 견제다. 이차적으로는 거대한 구매자의 힘(bargaining power)으로 날로 심해지는 중국의 정치경제적 횡포에 대한 견제다. 그런 점에서 4개국 모두 이해관계가 일치한다.

미국은 반도체 원천기술과 설계기술, 시험검사 장비에서 강자다. 일본은 제조장비와 소재의 강자, 한국·대만은 이 모든 것을 결합하여, 각각 메모리와 파운드리의 세계적 강자다. 4개국은 전 세계 반도체 장비의 73%, 파운드리의 87%, 설계 및 생산의 91%를 담당한다. 당연히 중국은 칩4동맹을 불편하게 여겨 다양한 보복을 가할지 모른다. 하지만 올해 1분기 기준, 세계 D램시장에서 삼성과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이 69.8%다. 미국 업체 마이크론까지 합치면 점유율은 95.6%다. 중국은 다른 대안을 찾을 수가 없다. 그래서 반도체 금수(禁輸)나 수입처 변경이 아니라 엉뚱한 곳에서 보복할 가능성이 있다. 사드 배치를 빌미로 관광·유통·문화콘텐츠·소비재 등에서 횡포를 부렸듯이.

정부는 유탄을 맞을지도 모르는 산업의 충격 완충 조치도 준비해야 한다. 중국은 미국에는 상호이익 존중과 호혜·평등의 자유무역 질서를 요구하지만, 한국 등 주변국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 엄존한 북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정당방위조차 인정하지 않는다. 심지어 한국전쟁에 대해 중국과 다른 견해를 밝힌 한류 스타도 제재한다. 중국에 대해서는 비위를 맞춰줄래야 줄 수가 없다. 튼실한 국제연대로 힘을 기르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국의 번영은 어디까지나 자유무역 질서에 힘입고 있다. 칩4동맹은 중국의 부당한 횡포에 대한 견제장치일 뿐이다. 칩4 참여는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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