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은 속칭 ‘예대 마진(margin)’으로 먹고 산다.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의 차액이 은행의 수익이다. 예금 금리는 더 낮게, 대출 금리는 더 높게 책정할수록 이익이 커진다. 시중은행 금리는 은행간 기준금리(LIBOR 금리)보다 비쌀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해야 이익을 내고 은행도 생존한다. 지금은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D)가 결정하는 기준금리에 따라 각국의 시중금리도 춤춘다. 국내 시중은행들은 미 연준 금리보다 늘 앞서서 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수익을 최대화한다. 문제는 그 수익이 ‘양심에 털 났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지나치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내 4대 금융그룹은 예금·대출 금리 차이에 따른 수익만 34조 원 넘게 벌었다. 이익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임직원들에게 월급 300%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명예 퇴직자들에게도 3~4년치 연봉에 해당하는 보너스를 주었다. 올 상반기에도 4대 은행이 거둔 이자 수익이 벌써 15조3000억 원이다. 문재인 정권의 잘못된 주택정책으로 은행들이 ‘미친 집값’과 ‘영끌 빚투’에 편승해 가계 대출을 대폭 늘리면서 큰돈을 벌어들인 것이다. 문 정권의 실정(失政)에 올라타 벌어들인 ‘국민 착취성 돈벌이’다.

지난해 4대 시중은행의 평균 연봉이 1억550만 원이다. 그런데도 금융노조가 "임금을 더 올려달라"며 오는 19일 파업 찬반투표를 하겠단다. 금융노조의 요구사항은 임금 6.1% 인상, 주 36시간 근무다. 지금도 은행들이 코로나 사회적 거리두기를 핑계로 근무시간을 1시간 단축한 상태다. ‘빈대도 낯짝이 있지…’라는 속담이 떠오르는 풍경이다.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에 등장하는 샤일록은 안토니오에게 돈을 빌려주며 "만약 돈을 갚지 못하면 가슴 부근의 살 1파운드를 떼내 대신 갚아야 한다"는 계약을 맺는다. 안토니오는 결국 돈을 갚지 못해 두 사람은 법정에 선다. 이때 판사가 명판결을 내린다. "샤일록은 계약대로 안토니오의 가슴 살 1파운드를 떼내라. 단, 피 한 방울이라도 흘리게 되면 계약 위반으로 샤일록의 재산은 몰수된다."

임금인상은 물가인상 악순환이라는 피를 부른다. 악성 인플레로 고통받는 사람은 국민이다. 금융노조는 자기 분수를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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