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안된 지도자는 죄악, 天下爲公자세 가져야 한다"  
"준비 안된 지도자는 죄악, 天下爲公자세 가져야 한다"  
  • 손광주 동아시아 정경조사연구원장
  • 승인 2017.1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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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일의 마지막 유고(遺稿) 『지도자의 길』

- 보수의 '숨은 신' 박세일의 부활을 기다리며

[손광주/더 자유일보 동아시아정경조사연구원장]

지난해(2016년) 3월 초순이었다. 박세일 선생으로부터 이메일 한 통이 왔다. 제목은 ‘대학을 끝내면서- 지도자의 길’이었다. 오래 몸담았던 서울대 교수직을 마치면서 한국사회에 가장 핵심적이며 본질적인 문제인 ‘지도자론’에 대해 쓴 글이었다.

“최근에 제가 생각나는 것이 있어 쓴 글입니다. 제목은 <지도자의 길>입니다. 바쁘지 않으실 때 읽어보시고 코멘트(comment)나 비판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박세일.”

박세일 선생이 생전에 필자에게 보내 온 '지도자의 길' 원고 이메일.
박세일 선생이 생전에 필자에게 보내 온 '지도자의 길' 원고 이메일.

<지도지의 길>은 박 선생이 안민학당(安民學堂)에서 유가(儒家)의 고전인 <大學>을 여러 지인들과 함께 공부하고 그 공부결과를 정리하는 의미에서 쓴 글이었다. 2016년 2월 26일 안민학당에서 발표하였고, 박 선생 지인들과 함께 토론한 글이었다. 박 선생은 이 글을 완성한 뒤 지인들에게 이메일로 보낸 것이었다.

그 시점이 박 선생이 타계하시기 약 10개월 전이었고, 그 이후로는 주로 사적(私的) 연락이 있었을 뿐이었다. 곧이어 박 선생은 투병생활에 들어갔기 때문에 아마도 이 글이 선생의 마지막 유고(遺稿)가 아닐까 싶다.

<지도자의 길>을 출력해보니 A4 용지 17매 분량이었다. 첫 문장과 도입부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어느 공동체이든 그 공동체가 발전하려면 그 공동체의 지도자가 훌륭하여야 한다. 훌륭한 지도자 없이 발전하는 공동체는 없다. 공동체 구성원의 질과 수준도 물론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나 공동체 발전에는 지도자의 역할이 있고 구성원의 역할이 있다. 각각의 사명과 역할이 다르다.

그러면 훌륭한 지도자란 어떠한 사람을 말하는가? 어떠한 자질과 능력과 덕성을 가져야 훌륭한 지도자라 할 수 있는가? 표현을 조금 바꾸면 개인의 차원에서 훌륭한 지도자가 되려면 어떠한 노력을 하여야 하는가? 어떠한 자질과 능력과 덕성을 키우려 노력하여야 하는가? 그리고 사회적 차원에서는 공동체의 발전을 위하여 어떠한 자질과 능력과 덕성을 가진 지도자들을 키워 내야 하는가? 이것이 안민학(安民學) 내지 경세학(經世學 statecraft)의 제1과제이다.

(…중략) 지도자가 되려면 지도자가 될 준비를 하여야 한다. 지도자의 덕목과 자질을 준비하여야 한다. 아무나 지도자의 위치를 탐하여서는 안 된다. 지도자란 아무나 되는 것도 아니고 되어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

큰 뜻을 세우고 지도자의 덕목과 자질을 키우기 위한 각고의 노력과 준비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그래야 본인도 성공하고 시대도 성공시킬 수 있다. 그런데 우리사회에 지도자가 되고 싶은 욕심은 많은데 지도자의 자질과 능력과 덕성을 키우는 노력은 많이 부족하다. 그러니 지도자가 되고도 지도자의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사명이 무엇인지? 지도자의 기본자세와 덕목이 무엇이어야 하는지? 등등에 대하여 전혀 이해가 부족한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니 안민(安民)도 경세(經世)도 되지 않는다.

그는 “치열한 준비도 없이, 고민도 없이 지도자의 길로 나서는 것은 역사와 국민에 대단히 무례한 일이다. 아니 죄악이다”라고 썼다.

특히 “지도자가 되고 싶은 욕심은 많은데 지도자의 자질과 능력과 덕성을 키우는 노력은 부족하다. 그러니 지도자가 되고도 지도자의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사명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언급은 한국사회의 아픈 현실을 그대로 지적한 것이었다. 이승만·박정희 대통령 이후 7명의 대통령이 나왔지만 두 분을 제외하고는, 대한민국의 해당 시기를 성공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 대통령은 별로 없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 있을 것이다. 그중에는 ‘대통령’이라는 지위를 권력의 상징 또는 자신의 꿈(야망)을 이루는 정점(頂點) 정도로 생각한 대통령도 있었다. 개인의 욕망의 실현을 위해 인생을 사는 것은 갑남을녀들도 하는 일이다. 그러나 국가지도자의 길을 걸으려면 ‘개인’은 완전히 버려야 한다.

박세일은 “지도자는 천하위공(天下爲公)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했다. ‘천하는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뜻이다. 그는 “지도자의 기본 덕목이 공심(公心)”이며, “자신과 천하를 둘로 보지 않는 마음. 천하의 이익을 나의 이익으로 보는 공심이 지도자의 첫 자질”이라고 했다.

그는 안민정책포럼의 세미나실 이름을 ‘위공 세미나실’이라고 붙였고, 나중에 ‘爲公’이라는 아호(雅號)를 받아들였다.

2012년 4.11총선을 앞두고 보수신당 '국민의 생각'을 창당한 박세일 대표가 연설을 하고 있다. 출판기념회에서 손님을 맞는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중도신당(가칭 선진통일당) 창당 및 시국과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세일 이사장은 통일학교를 만들어 회원들과 산행을 다니는 등 선진통일전략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출처=한반도선진화재단, 연합뉴스 자료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2012년 4.11총선을 앞두고 보수신당 '국민의 생각'을 창당한 박세일 대표가 연설을 하고 있다. 출판기념회에서 손님을 맞는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박세일 이사장은 통일학교를 만들어 회원들과 산행을 다니는 등 선진통일전략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중도신당(가칭 선진통일당) 창당 및 시국과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출처=한반도선진화재단, 연합뉴스 자료사진

플라톤의 <국가>,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에서 시작된 ‘민주주의’는 인류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기도 하다. 그동안 민주주의를 가장(假裝)한 수많은 ‘민주주의들’이 있었지만, 개인과 공동체(국가)의 관계를 가장 높은 문명적 수준에서 규정한 민주주의가 자유민주주의이다. 따라서 이승만 대통령이 1948년 자유민주주의 제헌 헌법을 탄생시킨 것은 적어도 우리가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사용하는 시기 동안에는 가장 위대한 선택으로 남게 될 것이다.

박세일은 자유민주주의에서 특히 개인과 공동체의 문제를 다룬 ‘공동체자유주의’ 사상을 탄생시켰다.(이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언급한다).

박 선생은 <지도자의 길>에서 지도자가 갖춰야 할 능력과 덕목으로 네 가지를 들었다.

➀애민(愛民)과 수기(修己) ➁비전과 방략(方略) ➂구현(求賢)과 선청(善聽) ➃후사(後史)와 회향(回向)이다.

첫째 국민들을 사랑하는 것, 그리고 자기 수양이다. 그는“국민 사랑과 국가 사랑보다 자기 사랑과 자기가족 사랑, 자기지역 사랑이 앞서면 처음부터 국가지도자의 길을 걷지 않는 편이 좋다”고 했다. 그는 “사심(私心)이 많으면 올바른 국가비전 선택이 어렵고, 올바른 인재 선택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역대 정부에서 인사를 잘못하여 망한 경우가 허다하며, 잘못된 인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둘째, 비전과 방략이다. 지도자는 상당한 정도의 정책 전문성, 세계 흐름에 대한 통찰, 국가운영에 대한 어느 정도의 전문적 식견이 요구된다고 했다. 특히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가 어떠한 시대인가에 대한 정확한 판단과 소신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셋째, 구현(求賢)과 선청(善聽), 즉 현명한 인재를 구하고 이들의 말을 귀 기울여 경청하는 것이다.

그는 “국가경영은 지도자가 자기 혼자의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최고 인재를 구하는 데 혼신의 노력을 다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지도자가 선청을 하려면 우선 자신이 말을 많이 하면 안 되고, 자신의 생각을 먼저 이야기하면 안 된다”고 했다. 가능한 한 의견이 다른 두 명 이상의 입장을 함께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선청(善聽)은 평소 끊임없는 훈련을 통해 습관화되어야 한다. 따라서 선청을 잘 하려면 먼저 자기 수양, 즉 수기(修己)가 중요한 것이다. 지도자의 문제는 결국 자기 자신의 문제로 수렴되는 것이다.

넷째, 후사(後史)와 회향(回向)은 지도자의 성취와 영광을 국민과 역사에 돌려야 한다는 뜻이다.

박 선생은 국가적 성취는 국민과 역사에 돌리되 “실패와 반성의 책임은 지도자 자신이 가지고 가야 한다”고 했다. “이것이 역사의식”이라고 했다. 그는 “지도자는 역사에 큰 기여를 하는 것 자체를 목표로 해야 하며, 그 결과와 성과를 나누는 데 참여할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며 ”지도자는 일이 끝나면 빈손으로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상과 같은 자질을 갖춘 지도자가 출현하고 국민들과 함께 국가 비전과 목표를 정하여 합심하여 나아갈 때 비로소 대한민국은 오랜 변방의 역사를 끝낼 수 있다고 했다. 그렇게 되면 대한민국이 선진통일에 성공하고 세계중심국가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지금 한국사회는 국가 좌표를 상실하고 표류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국가로서의 꿈이 도대체 무엇인지, 5000만 국민들의 희망이 무엇인지, 누구도 묻지 않고 누구도 답하지 않는, 국가·국민의 가치상실의 시대를 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박세일 선생이 생전에 제시한 ‘21세기 대한민국의 꿈 선진통일 세계국가론’은 우리가 나아가야 할 좌표와 방향을 정확히 제시해주고 있다. 대한민국이 통일을 이루고 세계중심국가로 가려면 무엇보다 먼저 박 선생이 언급한 것처럼 바르게 준비된 지도자가 나와야 할 것이다. 특히 2018년 지방선거와 차기 대통령 선거를 준비하는 정치인들은 박세일 선생의 <지도자론>을 수십번 숙독하여 완전히 자기화 하기를 권한다.

끝으로, 한국사회 자유민주주의 주류진영은 속칭 ‘진보세력’에서조차 ‘보수의 숨은 신’으로 불렸던 박세일의 부활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사회의 가치 전도와 혼란의 양상은 이미 상당히 병든 모습으로 진행되고 있다.

우리가 할 일은 박세일 선생이 남긴 뜻을 바르게 알리고 이어가며 실천하면서, 한국사회의 미래 주역들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성실하게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다. 박세일 선생이 미래 한국사회의 진정한 영웅으로 부활하기를 기대하면서, 이 춥고 어두운 겨울의 터널을 견뎌야 할 것이다.

[이 페이지 맨 하단에 있는 관련 기사를 클릭하면 故 박세일 선생의 <安民學 '지도자의 길'> 전문 중 上-中편을 볼 수 있습니다]

◇ 필자 손광주 원장은?

- 더 자유일보 동아시아정경조사연구원 원장(현재)

- 제3대 남북하나재단 이사장

-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 통일정책연구소 연구위원

- 데일리NK 편집인/통일전략연구소장

- 황장엽 선생 연구비서(1999~2010)

- 동아일보 기자

- 고려대 문과대 불문과 졸 

저서 <김정일 리포트> <주체사상과 인간중심철학>(공저) 외 다수

sohnkj21@jay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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