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을 정쟁(政爭)으로 삼는 행태는 정말로 한심하다. 세월호 때도 그랬다. 세월호 침몰은 해난사고였다. 육지로 치면 대규모 교통사고다. 다만 희생자들이 어린 학생들이라 국민들 가슴이 많이 아팠다. 사고 원인은 낡고 오래된 선박의 갑작스런 변침(變針), 사고 배경은 갑자기 투입된 대리 선장의 잘못된 운항이었다. 이것이 과학적 분석이다. 과학적 분석이 없으면 과학적 대책도 못 만든다.

국가는 인간의 이성·과학·합리에 기초해 운영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런데도 우리 정치는 재난을 정쟁화 한다. 저질 선동이 이성·과학을 눌러 버린다. 세월호 희생자들을 향해 "고맙고 미안하다"고 한 자(者)가 대통령까지 되었다. 이 얄팍한 언급은 역대 최악의 정치 선동 사례다.

5년이 지난 지금도 똑같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전화로 위기 상황에 대응했다는데, 대통령이 무슨 스텔스기라도 된단 말인가"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폭우가 내린 긴급 상황에서 서초동 자택에서 전화로 지시한 사례를 비난한 것이다. 고민정 의원은 "분노가 치밀어오른다"고 했고, 윤건영 의원은 "침수 때문에 못 갔다는 것은 경호실장 경질 사유"라고 공격했다. 정말 한심한 작태다. 폭우에 한시라도 빨리 대처하는 게 중요하지, 전화로 하는 게 왜 문제가 된단 말인가?

인류 문명사에 전화가 등장한 이유가 사람이 직접 현장에 가지 않아도 다른 사람과 소통·협력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니던가. 게다가 윤 대통령이 신림동 일가족 참변 현장을 찾아가 위로하자, 탁현민 전 청와대 비서관은 "비가 계속 내리고 있는데, 다음에 가는 게 맞다"고 했다. 한심한 말장난들이다.

정치인의 말(言)은 그 자체가 ‘정치’다. 말은 일정한 의미(parole)를 담고 있어야 한다. 의미가 없으면 말이 아니라 ‘소리를 내는 것(發聲)’에 불과하다. 물리적인 ‘공기의 진동(振動)’일 뿐이다. 개소리도 일종의 발성이다. 대한민국 정치인의 말이 ‘개소리’와 같아서야 되겠는가.

재난을 정쟁화해서 이득을 보겠다는 저질 정치는 이젠 끊어내야 한다. 결국 국민들의 피해를 희생양 삼아 선동 정치하겠다는 의도가 아닌가. 재난 정쟁화, 더 이상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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