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환
최성환

내과의사들이 제일 싫어하는, 아니 제일 어려워하는 환자들이 있다. 몸 여기저기가 다 아픈데, 아픈 이유를 외과적으로는 물론 내과적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경우다. 이런 상황은 병원에서 자주 볼 수 있다. 물론 꾀병 환자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환자들을 모두 꾀병으로 몰다가는 의사도 돌팔이로 몰릴 가능성이 있다. 내·외과적 원인이 발견되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신체적 고통이 발생하는 경우는 상당히 많다. 오늘도 이런 환자들을 상대하며 고민에 빠져있는 의료진들이 있을 것이다. 정신력이 약해서, 의심이 많아서, 신경이 특별히 남들보다 예민해서 이런 것일까? 이런 환자들께 어떤 설명을 하고 무슨 약을 처방해야 할까? 이러다보니 위약(僞藥 ; 플라세보 placebo)라는 것까지 등장하게 됐다. 머리가 아프다는 사람에게 소화제가 효과를 보는 경우도 허다하다.

현대과학으로 신체적 이상을 찾아내 설명할 수 없는 통증 등은, 그 원인을 밝힐 수 없으므로 병이 없다고 단언할 수 있 있을까? 단언했다가 나중에 문제가 드러나면 어떻게 할까? 혹시나 의사인 나의 실력 부족으로 병을 놓친 것은 아닐까? 하는 고민으로 하루하루를 지새우는 것이 의사의 운명이다.

신체적 이상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심한 통증이 유발될 수 있을까? 결론은, 유발될 수 있다. 이 결론은 아주 오랜 기간을 통해 정립되어 왔는데, 이것을 바로 ‘신체화 장애’라고 한다. 그 개념의 출발은, 인간의 정신과 신경은 신체와의 특별한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는 전제 하에서 시작된다.

이러한 연구의 중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스트레스(stress)다. 주로 ‘신경성’이라는 형용사가 붙는데 신경성 위염, 신경성 두통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신경성 질환들에는 위장약이나 두통약이 효과를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스트레스 제거가 가장 큰 해결방법이다. 스트레스라는 것은 외과적 수술로 절제할 수 없다. 그리고 일단 당분간은 신체적 위험이 없으므로 조금은 안심해도 된다는 이점도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이런 상태를 방치하게 되면, 정신적·신경성 문제가 실제로 신체적 질환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이유없이 원인없이 몸이 아플 때 의심해 봐야 한다. 자신이 받고 있는 스트레스를 너무 무시하는 정신력 갑(甲)인 분들이 측히 위험하다. 정신적 고통을 잘 견뎌내는 사람들에게 ‘신체화 장애’가 나타날 수 있는데, 이는 신체적 신호를 통해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화되어 있음을 경고하는 상태다. 몸의 주인이 정신적 스트레스를 무시하니, 몸이 대신 아파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정신건강에 유의하라는 경계 신호인 셈이다. 그 신호를 무시하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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