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이 9일 오후 국회 당 대회의실에서 비대위원장 취임 기자회견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
국민의힘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이 9일 오후 국회 당 대회의실에서 비대위원장 취임 기자회견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한 국민의힘이 조만간 비대위원을 선임하며 당 내홍을 수습하는 절차에 들어간다. 주호영 비대위원장은 특정 계파에 쏠리지 않는 ‘탕평’과 함께 당의 미래 비전을 생각하는 ‘혁신’을 동시에 추구하는 비대위 구성을 생각하고 있다. 11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주 위원장의 비대위 구성은 크게 5가지 방향을 기초로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윤핵관’은 비대위에서 배제

국민의힘이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게 된 이유에는 이준석 대표의 당원권 정지가 1차적으로 작용했지만 권성동 원내대표 등 소위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이라 불리는 인물들의 여러 실책도 크게 작용했다. 특히 윤 대통령과의 텔레그램 대화 내용을 그대로 노출시킨 권 원내대표의 ‘문자파동’은 당내 갈등을 부채질하는 결정적 방아쇠가 됐다. 주 위원장은 이런 점을 고려해 비대위원으로 ‘윤핵관’은 배제한다는 방침이다. 물론 의원들 중 친윤계로 분류되는 인물들이 절반에 가까운만큼 친윤계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과도하게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할 우려가 있는 인물은 과감히 배제할 것으로 보인다.

◇시민사회 등 외부인사 영입

주 위원장은 이준석 대표가 출범시킨 ‘혁신위원회’가 사실상 공전중인만큼, 이를 대신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2년 뒤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라도 당의 혁신은 필요한 일이다. 주 위원장은 당 밖으로 시야를 넓혀 시민사회단체에서 비대위원을 영입해 당 혁신과 관련한 과제를 수행하게 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8·28 전당대회를 통해 비대위 체제를 벗어나 이재명 대표 체제가 될 것이 확실시된다. 민주당과 분명한 차별점을 둘 수 있는 혁신안을 마련해야 비대위 체제에서도 거대 야당에 밀리지 않을 명분을 확보하게 된다.

◇이준석 빈 자리, 청년 비대위원으로

20대와 30대 사이에서 큰 지지를 받던 이준석 대표의 빈 자리는 청년 비대위원을 영입해 채운다는 복안이다. 다만 청년 비대위원을 내부 발탁할 지, 아니면 외부에서 영입할 지에 대해서는 아직 고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년간 청년 당원이 많이 늘어나 당 내에서 적임자를 찾을 수도 있지만, 이 대표 징계 이후 떨어지고 있는 청년 세대의 지지를 붙잡을 수 있는 인물이라면 외부 영입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젊은 남성과 여성을 각각 1명씩 비대위원으로 임명하는 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계 비대위원도 영입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여성 유권자의 지지에 있어서는 약세를 보였다. 특히 여성들이 더이상 예전처럼 정치에 무관심하지 않고 적극적인 참여에 나서는 추세를 고려하면 여성 유권자의 표심은 향후 당의 성패를 좌우할 요소이기도 하다. 주 위원장은 여성계 인물도 비대위원으로 영입해 여성 유권자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정책개발을 맡길 예정이다.

◇통합과 혁신, 동시에 추진

비대위가 조기 전당대회 추진을 위한 조직은 아닐 것이라고 확실하게 선을 그은만큼 주 위원장은 비대위 체제에서 확실한 성과를 보여야 한다. 먼저 이 대표와 친윤계 간 갈등이 심화되며 내분 상태인 당을 통합하는 것이 최우선과제다. 또 이 대표가 당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선만큼 이에 대한 대처를 최대한 잡음없이 진행해야 한다.

또 하나의 과제는 혁신이다. 당과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한 뒤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국면에서 이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혁신안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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