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원
김세원

13일 저녁 청와대 본관 앞 대정원 야외 특설무대에서 열린 ‘광복 77주년 코리아 온 스테이지’ 콘서트에 다녀왔다. 청와대가 74년 만에 국민의 품으로 돌아온 의미를 되살리기 위해 문화재청이 기획한 행사다.

콘서트는 뮤지컬 ‘명성황후’ 삽입곡 ‘백성이여 일어나라’로 시작됐다. 백지영·박기영·잔나비·에이핑크·멜로망스·포레스텔라·서도밴드·더보이즈 등의 열창 속에 두 시간 동안 진행된 공연은 이선희의 ‘아름다운 강산’으로 마무리됐다. 깊은 바닷속과 야자수가 우거진 열대의 섬, 제주 일출봉, 민화와 단청 등 음악과 함께 시시각각으로 바뀌는 대형 배경화면은 디지털 기술과 예술의 콜라보가 전 세계를 사로잡고 있는 K-컬처의 든든한 버팀목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객석은 무대 못지않게 역동적이고 힘이 넘쳤다. 젊은 층이 대부분인 관객석에선 좋아하는 가수가 등장할 때마다 환호성이 터지고 몸동작을 따라하며 떼창을 했다. 배꼽티, 핫팬츠 같은 거침없는 옷차림에 커플끼리는 애정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부동자세로 앉아있다가 노래가 끝난 뒤에 무표정하게 박수를 치는 엄숙주의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선조들이 목숨바쳐 되찾은 자유를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청년들이 만끽하고 있음을 실감했다.

튀르키에 출신 귀화인 알파고 시나씨 기자는 ‘독립기념일로 살펴보는 세계 독립의 역사’에서, 한국을 비롯한 미국·멕시코·필리핀·알제리의 국경일이 독립기념일임에 주목하면서 민족의식의 고취가 독립을 쟁취하는 지름길이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민족주의가 해방을 견인하는 동력이었고 정부 수립 후에는 경제 성장의 주요 수단이 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세계 질서가 재편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응하려면 민족이라는 개념을 재구성하고 다문화에 더 포용적인 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콘서트가 끝나고 돌아오는 길, 서남아시아 출신으로 보이는 경비원이 능숙한 우리말로 길 안내를 했다.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정통하고 같은 가치를 추구하는 다문화인과 청년들이 새로운 민족의식으로 신냉전시대를 헤쳐나갈 우리의 주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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