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당대표를 선출하는 경선에서 이재명이 독주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13일 부산·울산·경남 경선에서도 75% 득표율로 압승, 대세론을 확고히 한 것이다. 이변이 없는 한 이재명은 28일 민주당 전국 대의원대회에서 당 대표로 확정될 전망이다.

이재명이 당대표가 된다고 해서 민주당이 전열을 정비해 수권 정당으로 면모를 일신할까? 그보다는 그의 캐릭터나 각종 의혹으로 봤을 때 ‘이재명 당대표’는 민주당에게 돌이킬 수 없는 굴레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그러나 같은 날(13일)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은 더욱 암담하다.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기자회견인지 모르겠다는 것이 국민의힘 당원과 지지자들의 전반적인 의견이다. 이준석은 토론 등에서 강점을 가진 정치인으로 유명하다. 재치 있는 표현이나 상대의 발언을 즉각 반박하는 순발력 등에서 두드러졌다. 하지만 정치인의 메시지는 가장 필요한 메시지를 적절한 시점에 최적의 표현에 담아내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 점에서 이준석의 메시지는 수준 이하였다.

이준석 전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반드시 담아야 할 메시지는 △자신의 성상납 혐의와 그걸 무마하려 한 시도에 대한 해명 △국민의힘 비대위 구성에 대한 가처분 신청의 불가피성 △‘윤핵관’ 대신 자신이 국민의힘의 리더십이 되어야 하는 필연성 등이었다. 하지만 이번 기자회견은 이런 핵심을 하나도 건드리지 못했다.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이준석 당 대표는 국민의힘으로 컴백할 명분 자체를 상실했다. 이준석을 지지했던 청년들이나 당원들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이제 하나뿐이다. 이준석이냐, 국민의힘이냐. 이준석이 자신과 당 가운데서 택일하라고 지지자들에게 강요하는 게 정치인으로서 마땅한 처신인가.

이제 공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정치의 출발은 전선을 형성하는 것이다. 적과 아군을 구분해야 하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취임 이후 문재인 정권 적폐 청산과 반대한민국 세력 척결이라는 드라이브를 걸었다면, 대한민국 정치는 반대한민국 세력이냐 윤석열이냐는 전선으로 갈렸을 것이다. 그랬다면 이준석의 기자회견에는 몇몇 유튜버들이나 얼쩡거렸을 것이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윤석열 대통령은 그 전선 형성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