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식
김정식

지난 17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아내의 논란에 대해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경력 기재가 정확하지 않아 논란을 야기하게 된 것 자체만으로 제가 강조해 온 공정과 상식에 맞지 않다"며 사과했다. 하루 전(16일)까지만 해도 "상대 당의 과도한 공세에 대해 정확한 진상을 국민도 알아야 한다는 차원에서 필요한 팩트체크는 한다"라며 사실관계 확인이 우선임을 강조했으나,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하지만 당일 늦은 밤, 월간조선의 단독 보도를 통해 ‘김건희씨 학력·경력 의혹’에 대한 반론기사가 게재되었다. 언론을 통해 후보의 공개적 사과를 적극 요구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작년 12월에도 뜬금없이 ‘이명박·박근혜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함으로써 대외적으로 당의 정당성과 명분을 퇴색시켰고, 당은 내분에 휩싸였다. 마찬가지로 후보 사과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언론에서 ‘환장하겠다’는 말까지 한 이준석 당 대표는, ‘자기 정치 과잉’, ‘후보와 존재감 다툼’ 등의 기사가 쏟아지는 데도 기 싸움에 한창이다. 이들은 당 내·외의 분란을 감수하면서까지 ‘김·이·윤 삼두마차 선대위’를 구성했으나, 월간조선의 기사로 인해 ‘캠프에서 후보를 보채 오히려 팩트체크, 반론의 여지를 없앤 것이 아니냐’는 빈축을 사게 되었다.

대통령 후보 아내에 대한 의혹 제기와 그 내용이 부당하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정치인, 특히 그 집합체인 정당(政黨)은 민의를 겸허히 수용해 인정하고 사과할 수 있어야 한다. 다만 법치주의 대한민국에서 분노한 군중 앞에 개인을 무릎 꿇리는 ‘인민재판’이 ‘국민정서’라는 명분으로 과연 정당화 되는 것일까? 그리고 이로인해 야기되는 문제는 어떠한가? 현재까지 밝혀진 팩트는 ‘김건희씨 학력, 경력에 과장·허위 의혹과 반론이 있다는 사실’과 ‘무죄추정의원칙·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나는 상대 진영의 과도한 억측과 선동이 있다는 사실’을 짚어두고자 함이다.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라는 말이 있듯이 다양한 개인의 도덕적 가치관을 공정·상식의 범주로 합의하는 것이 ‘법의 판단’인데, 이를 떠나 ‘목청 큰 민심’에 휘둘릴 때 사회가 더 큰 혼란에 빠진다는 것을 우리는 문재인 정부를 통해 배웠다. 윤석열 후보는 "우리 사회가 공정과 상식에 입각해서 돌아가고 있다는 것에 대한 믿음, 그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이 많은 문제를 해결하고 성장과 번영을 이루는 토대"라던 본인의 수락 연설을 기억해 말없이 표로 심판하는 진짜 민심에 다가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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