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7일로 취임 1백일을 맞는다. 1백이라는 상징적인 숫자가 아니더라도 지금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의 국정 운영을 되돌아보고 향후 5년간 이 나라를 어떻게 이끌어가야 할지에 대해 보다 명확한 국정지표를 세워야 할 시점이다.

일단 윤 대통령에게 닥친 초미의 숙제는 지나치게 낮은 지지율이다. 간발의 차이로 승리한 대선에다 이 나라 곳곳을 장악하고 있는 좌파의 영향력을 생각하면 낮은 지지율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현상이다. 지금 좌파는 윤석열을 쓰러뜨리지 못하면 자신들이 죽는다는 판단으로 나라 전체를 내전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기본으로,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윤 대통령의 기본이자 초심은 취임사에서 드러낸 결의와 각오였다. 대한민국을 정상화하겠다는 다짐이었고, 그걸 가로막는 자들과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각오였다. 취임사는 차라리 선전포고라고 할 만했다.

저항이 거세다고 해서 발걸음을 돌리거나 등을 보이면 상황은 훨씬 어려워진다. 지금 윤 대통령이 좌파 세력에게 양보한다고 해서 저들이 화해의 손길을 내밀 것이라는 기대는 착각이다. 저들의 반대한민국 속성은 결코 바뀔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또 하나 윤 대통령이 서둘러야 할 것이 여당인 국민의힘의 조속한 정비다. 이준석의 13일 기자회견은 윤석열 정권을 뒤흔들고 당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준석은 윤석열 그리고 국민의힘과 결코 같이 갈 수 없다. 고름이 살 되는 법 없다. 국민의힘을 윤석열의 강력한 무기로 만드는 작업이 시급하다.

윤석열 정부의 의미는 간단하지 않다. 사실상 작동 불능 상태에 빠진 1987년 체제를 극복하고 헌정질서를 정비해야 할 절박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런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윤 대통령은 나라 구석구석에 독버섯처럼 퍼져있는 좌파의 영향력을 깨끗이 씻어내고 대한민국을 정상궤도로 되돌려야 할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았다.

물론 쉽지 않은 숙제다. 윤 대통령은 외로운 처지다. 그에게는 희미해 보이지만 시대의 좌표를 잡아주는 역사의 별빛만 바라보며 나아가는 정의로운 결기가 필요하다. 대통령에게 ‘덕은 외롭지 않고 반드시 이웃이 있다’(德不孤 必有隣)는 격려의 말을 전한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