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지난달 20일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연합
사진은 지난달 20일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연합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을 큰 폭으로 축소하면서 액화천연가스(LNG)를 둘러싼 국가 간 자원확보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이로 인해 부유식 LNG 저장·재기화 설비 선박(LNG-FSRU)의 수요도 함께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조선업계가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는 LNG-FSRU를 비롯한 친환경 선박에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선박업계에 따르면 LNG-FSRU는 액체 상태의 LNG를 기화시켜 육지로 공급하는 특수 선박이다. 육지에 있는 LNG 터미널보다 투자 비용은 적고 건조 기간도 육상 터미널의 절반인 2년에 불과하다. 해상에 위치해 있어 주민 반발도 피할 수 있으며, 에너지 수요에 따라 다른 지역이나 국가 등으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도 있다.

미국 LNG 터미널 운영사인 엑셀러레이트 에너지는 2·4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현대중공업과 17만㎥급 LNG-FSRU 1척 발주에 대한 투자의향서(LOI)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국내 조선사들은 전 세계 LNG-FSRU 발주량 35척 가운데 33척 수주에 성공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축소에 따른 유럽의 LNG 저장 시설 확충은 국내 조선업계에 LNG-FSRU 수주를 더욱 늘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싱크탱크 글로벌 에너지 모니터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유럽에서 새로 계획 중이거나 공사가 재개된 LNG 터미널 신축·증축 사업은 최소 25개에 달한다. 앞으로 국내 조선업체에 수주 기회가 늘어날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고부가가치 선박인 LNG-FSRU 수주 훈풍에 힘입어 국내 조선업계는 지난달에도 세계 전체 선박 발주량의 절반 이상을 수주하며 3개월 연속 글로벌 1위를 지켰다. 특히 국내 조선업체 빅3인 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은 LNG 운반선, 컨테이너선, 유조선 등을 중심으로 연간 목표 수주액을 이미 초과 달성했다. 올해 1~7월 빅3의 수주액은 각각 177억9000만 달러, 64억3000만 달러, 63억 달러를 기록했다.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 호황에는 친환경 LNG 선박도 큰 몫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가 수주한 선박은 총 19척이다. 이 가운데 친환경 선박은 12척으로 103만CGT를 기록했다. CGT는 선박의 종류·형태를 동일하게 평가하기 위해 사용하는 표준선 환산톤수를 말한다.

이 같은 수주 실적은 전 세계 발주량의 81%에 해당한다. 아울러 국내 조선업계는 컨테이너선 3척, 탱커 3척, 여객화물겸용선 1척을 수주했다.

특히 국내 조선업계는 카타르 프로젝트의 영향이 우리나라의 주력인 LNG 선박의 수요를 크게 늘렸다고 분석했다. 카타르 프로젝트는 세계 최대 LNG 생산국인 카타르와 국내 대형 조선업체 3사 간 맺은 대규모 LNG 선박 계약이다. 이는 카타르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LNG 수요에 맞춰 LNG 가스 생산을 오는 2027년까지 1억2600만톤 이상 증산한다는 계획에 따른 것이다.

중국 조선업체의 물량 공세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던 국내 중형 조선업체의 매출도 큰 폭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1~7월 중형 조선업체는 중소형 컨테이너와 탱커 등의 선박을 중심으로 24억65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선박 31척의 수주 액수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8억5000만 달러보다 33% 증가한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친환경 선박 수요 증가의 겹호재는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일 대우조선해양은 아시아지역 선주로부터 대형 LNG운반선 1척을 3112억원에 수주했다. 앞서 한국조선해양은 대형 LNG운반선 7척을 2조원 가까운 금액에 수주했다고 밝혔다.

최근 국내 조선업계에 불어닥친 인력난도 어느 정도 해소될 분위기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사인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은 공동으로 기술 교육생을 육성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기술과 교육 인프라를 공유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에 따르면 1기 교육 당시 100명 정원에 120명 이상이 몰릴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도 가상현실(VR) 도장 교육센터를 개소하는 등 인력 양성에 몰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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