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0년전 가나안 시대 신전·궁전·토기·비문 등 다수 발굴
이스라엘 히브리대와 고대 남유다 거점 도시서 함께 작업
장신대 성서고고학연구소(소장 강후구 교수)가 구약성경의 여호수아·사사기 시대를 아우르는 3500년전 고대 가나안 시대(BC 15~BC 12세기)의 유물들을 이스라엘에서 발굴해 주목된다.
18일 장신대 연구소는 지난 6월 21일부터 지난달 20일까지 이스라엘 히브리대와 공동으로 고대 남유다 왕국의 거점 도시였던 라기스(현 텔라기스)에서 발굴 작업을 실시해 가나안 시대의 신전과 궁전 벽, 은(銀)덩이, 토기, 비문 등 다수 유물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소측은 “BC 15세기부터 BC 13세기 당시 가나안 거주민들의 역사를 새롭게 이해하는 증거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발굴팀은 먼저 너비 3m 규모의 벽을 발견했다. 이 벽은 이전까지 고고학계에 알려지지 않았던 가나안 시대의 거대 신전이나 궁전 외벽으로 추정됐다. 100㎏ 넘는 거대한 돌로 기초를 놓고 그 위에 작은 돌을 얹었다. 다시 그 위에는 흙벽돌을 쌓았다.
고대 사회에서 물건을 매매할 때나 배상에 사용하던 수단이던 ‘은덩이’도 발굴됐다. 성경에서 예를 들면 출애굽기(21:32)에서는 집에서 기르는 소가 타인의 종(slave)을 받아 사망케 했을 때 소 주인은 은 30세겔을 배상하라고 규정한다. 또 요셉은 은 20냥에 이집트의 노예로 팔렸다.(창 37:28) 이번에 발견된 은덩이는 족장시대(아브라함·이삭·야곱 등)나 출애굽 시절에 쓰였던 은과는 다른 형태지만 용도는 비슷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채색토기(BC 13세기)와 민무늬토기(BC 15~BC 14세기)도 있었다. 채색토기는 무늬와 동물 그림이 다소 화려하게 그려져 있는데 이는 가나인 사람의 취향과 특색을 반영한다. 민무늬토기엔 가나안어로 기록된 비문이 있었다. 고고학계에 따르면 이 비문은 신전에 헌물을 바친 사람의 이름이나 헌물을 바치는 대상이 기록된 것이다.
강후구 소장은 이번 발굴에 대해 “이스라엘 정복 이전 가나안 지역에 상당한 규모의 신전이나 궁전이 존재했으며 매매 수단인 은이 통용됐다는 점, 그리고 비문이 새겨진 무늬 없는 토기와 채색 토기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라기스는 강력하고 부유한 도시였음을 알 수 있다”며 “(라기스는) 정복 이후엔 유다 지파에 편입돼 솔로몬왕의 아들 르호보암에 의해 요새화되기도 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