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근
이춘근

1991년 걸프전쟁 당시 부시(41대) 대통령은 쿠웨이트를 정복한 이라크군을 거의 궤멸시켰다. 그리고 미국은 이제 후세인은 죽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군사력이 없는 후세인은 더 이상 나쁜 짓거리를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봤다.

걸프전쟁 당시 미국은 100년 이상 지속된 서양의 전략 전통을 그대로 따른 작전들을 사용했다. 1831년 간행된 클라우제비츠 장군의 불멸의 명저 <전쟁론>은 훌륭한 전략은 적국의 전략적 핵심(Center of Gravity)을 효과적으로 파괴하는 것이며, 현대 국가의 경우 전략적 핵심이란 그 나라의 군사력이라고 주장했다. 전략적 핵심을 이해하기 쉬운 말로 하면 ‘급소’다. 상대방의 급소가 어디인지를 알고 효과적으로 그 급소를 집중 공격하는 것이 전략이다.

하지만 공화국 수비대와 군사력이 다 파괴됐는데도 후세인은 권좌에서 쫓겨나지도 않았고 정치적 영향력도 약화되지 않았다. 미국의 전략가들과 부시(43대) 대통령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미국은 2001년 9월 11일 오사마 빈라덴이 주도한 대규모 테러 공격을 당한 이후, 이라크를 오사마 빈라덴의 후원 세력으로 상정했다. 이라크와 두 번째 전쟁을 벌이는 데 있어 부시는 아버지 부시(41대) 대통령과는 현저하게 다른 전략을 채택했다.

걸프전쟁 이후 사담 후세인의 건재함에 놀란 미국은 독재국가들 경우 ‘전략적 핵심’ 혹은 ‘급소’는 독재자가 보유하고 있는 군사력이 아니라 독재자 그 자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독재자를 추적, 공격해 제거하는 무기도 급속하게 발달됐다. 독재자들은 대개 땅속에 자신들의 벙커(Bunker)를 만들어 놓고 안전을 도모하는데, 미국은 독재자의 벙커를 전문으로 파괴하는 폭탄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개발된 폭탄은 벙커버스터 (Bunkerbuster)라고 명명됐다.

지난 8월 6일 주한 미국 공군이 벙커버스터 탄을 폭격기에 장착하는 훈련을 행하며 일부러 우리 언론사 한 곳을 불러 그 모습을 공개했다. 미국의 최신형 벙커버스터는 지하 61m(15층짜리 건물 높이)까지 파고 들어가 터진다고 한다. 이 세상 어떤 독재자의 벙커도 더 이상 안전하지는 않을 것이다. 김정은의 벙커가 지하 15층 이상이 아니라면 보강공사를 해야 할 것 같다. 북한의 최고 집권층 여인이 또 다시 대한민국과 미국을 히스테리컬하게 비난하기 시작한 이유를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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