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대통령 선거 전후로 상승세를 탔던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의 아파트값이 윤석열 정부의 첫 주택 공급 대책 발표를 기점으로 하락 전환됐다. 21일 부동산R114 시세 조사에 따르면 1기 신도시의 아파트값은 지난 12일 기준 보합(0.00%)에서 19일 기준 0.02% 떨어지면서 일주일 새 하락으로 돌아섰다. /연합
올해 3월 대통령 선거 전후로 상승세를 탔던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의 아파트값이 윤석열 정부의 첫 주택 공급 대책 발표를 기점으로 하락 전환됐다. 21일 부동산R114 시세 조사에 따르면 1기 신도시의 아파트값은 지난 12일 기준 보합(0.00%)에서 19일 기준 0.02% 떨어지면서 일주일 새 하락으로 돌아섰다. /연합

새 정부의 첫 주택공급대책이 집값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집값이 하락 추세에 접어든 상황에서 나온 이번 메머드급 공급대책으로 수요가 분산되면서 주택가격의 하락 압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거래절벽과 가격 하락이 동시에 나타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셋째 주(15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1주일 전의 84.4보다 0.7포인트 내린 83.7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19년 7월 8일의 83.2 이래 약 3년 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매매수급지수가 0~100 사이면 매도세, 100~200 사이면 매수세가 더 크다는 의미다.

일종의 매수심리로 볼 수 있는 매매수급지수는 지난해 11월 셋째 주 99.6으로 기준선을 하회한 뒤 9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노원·도봉·강북구 등 ‘노도강’ 지역이 포함된 동북권은 77.9에서 0.7포인트 내린 77.2로 조사돼 서울 5개 권역 중 매매수급지수가 가장 낮았다.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 3구가 속한 동남권도 90.7에서 90.2로 하락했다.

이 같은 매수심리 실종은 거래량 하락으로도 확인되고 있다. 2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의 아파트 매매거래 건수는 581건으로 집계됐다. 7월 매매거래는 이달 말까지 신고가 가능해 매매 사례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하지만 추이를 보면 역대 최저를 기록했던 지난 2월의 815건을 하회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8월 매매거래 건수는 지난 18일까지 89건에 불과하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역시 가파른 하락곡선을 그리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18일 발표한 주간 아파트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8월 셋째 주 서울 아파트값은 0.09% 떨어지며 1주일 전의 -0.08%보다 낙폭이 확대됐다. 이는 지난 2019년 4월 1일의 -0.08% 이후 3년 4개월 만에 가장 큰 낙폭이다.

특히 서초구가 -0.01%로 지난 2월 셋째 주의 -0.01% 이후 6개월 만에 하락 전환되면서 서울 25개 자치구 모두 아파트값이 떨어졌다. 주간 단위로 서울 전역에 걸쳐 집값이 하락한 것은 지난 2019년 2월 첫째 주 이후 3년 6개월 만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새 정부는 향후 5년 간 수요가 많은 도심과 역세권, 3기 신도시 등에 270만 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를 사업 유형별로 보면 재개발·재건축·도심복합사업 등 정비사업을 통한 공급이 52만 가구, 신규 공공택지 지정을 통한 공급이 88만 가구, 그 외 도시개발 등의 사업을 통한 공급이 130만 가구다. 이중 수도권에만 158만 가구가 쏟아진다.

최근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가 가라앉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공급대책은 거래절벽을 심화시키고, 집값 하락세 역시 가속화시킬 공산이 크다. 무주택자 입장에서는 새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 입장이 확고한 만큼 서둘러 내집 마련에 나서야 할 필요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도 집을 살 사람이 팔 사람보다 현저히 적은 상태인데, 앞으로 수급 불균형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더구나 새 정부는 문재인 정부에서 급등한 집값이 더 내려가야 한다는 ‘정책적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집값이 하락할 때 공급을 멈추면 다시 상승세가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지속적인 공급이 필요하다"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언급이 대표적이다.

일각에서는 안전진단제도 개선, 재건축 부담금 감면 등 정비사업의 규제 완화 폭에 따라 투기 불씨가 되살아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새 정부는 ‘신중 모드’를 견지하고 있다. 안전진단제도 개선의 적용 범위와 시행 시기를 연말에나 제시하고, 재건축 부담금 감면은 야당과의 협의를 거쳐 올 가을 정기국회에서 관련법 개정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 3월 대선을 전후로 상승세를 탔던 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등 1기 신도시의 아파트값이 공급대책 발표를 기점으로 하락 전환한 것도 새 정부의 이 같은 행보를 반영한 결과로 볼 수 있다. 1기 신도시는 공급대책에 구체적인 액션 플랜이 빠져 있고, 종합계획 수립도 2024년 중으로 밀렸다. 다만 ‘공약 파기’라는 반발이 거세지자 대통령실까지 나서 신속 추진 입장을 밝혀 하락 지속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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