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한 가뭄으로 16일 중국 충칭시 윈양현 인근을 흐르는 양쯔강 수위가 떨어져 메마른 강바닥이 부분적으로 드러나 있다. 여름철 기준 사상 최악의 수준이다. /AP=연합
심한 가뭄으로 16일 중국 충칭시 윈양현 인근을 흐르는 양쯔강 수위가 떨어져 메마른 강바닥이 부분적으로 드러나 있다. 여름철 기준 사상 최악의 수준이다. /AP=연합
 
세르비아 항구도시 프라호보 인근 다뉴브강에서 19일 드러난 독일 군함. /로이터=연합

전세계 곳곳에서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으로, 젖줄 역할을 해 온 강·호수 수위가 위험한 정도까지 낮아지고 있다. 가뭄으로 단단해진 땅에 물 흡수가 안되면서 ‘돌발 폭우’에 홍수 피해도 커지는 상황이다.

중국에선 유례없는 폭염·가뭄·폭우가 동시에 진쟁 중이다. 21일 쓰촨·충칭·후베이·후난·장시·저장 등 중남부 일대는 고온 경보가 31일간 이어졌다. 1961년 기상 관측 이래 최장·최강의 폭염으로, 한반도 20배 이상의 면적이 피해를 입고 있다. 시짱(티베트)에서 발원한 후 내륙을 관통해 상하이 앞바다로 흘러나가는 ‘대륙의 젖줄’ 창장(長江·양쯔강)이 바닥을 드러내며 수백 년 전의 불상들이 발견됐다. 명·청 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조각상도 있다.

중국 중·남부의 가뭄과 동시에, 동·서부에선 홍수 피해가 커지고 있다. 서북 내륙인 칭하이성 시닝시 다퉁현 산지엔 17∼18일 폭우로 홍수가 발생, 23명이 숨지고 8명이 실종됐다. 광둥 베이장(北江) 수위가 1915년 관측 이래 가장 높은 35.8m까지 오르기도 했다. 랴오닝에서도 6월부터 13차례 크고 작은 홍수가 발생했다.

유럽도 심각하다. 독일을 관통하며 서유럽 곳곳을 잇는 젖줄, 라인강도 수위 30㎝ 이하로 떨어졌다. 스페인에선 오렌세의 아스 콘차스 저수지가 마르는 바람에, 기원후 약 120년경의 로마군 요새가 11일 모습을 드러내는가 하면, 영국 웨일스 북부 포이스 카운티에선 약 140년 전 수몰됐던 랜위딘 마을이 다시 나타났다.

세르비아 항구도시 프라호보 인근 다뉴브강에선 탄약과 폭발물을 실은 채 2차 세계대전 당시 침몰했던 독일 군함 20여 척이 19일 수면 위로 나타났다. 엘베강변의 체코 북부 데친에선 ‘기근석’(hunger stones)도 등장했다. 강바닥이 보일 만큼 메말랐던 1417년·1473년·1616년·1707년·1893년 등의 날짜가 돌에 새겨져 있다.

미국에선 통상 약 3000만 에이커(약 12만1405㎢)의 물로 채워졌던 최대 인공호수 미드호의 수위가 현재 그 40% 수준인 1200만 에이커(약 4만8562㎢)까지 내려갔다. 남서부 지역의 애리조나와 뉴멕시코에선 천만명 이상의 미국인이 21일 홍수 경보에 따라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지난주 수도 워싱턴 일대엔 시간 당 최대 75mm의 물폭탄이 쏟아졌다. 시 당국은 5억 8300만 달러(7700여억 원)을 들여 지하 30미터 깊이의 빗물 터널을 뚫기로 했다. 프랑스와 영국 또한 지난 주 돌발 폭우로 지하철 역 등이 침수 피해를 입는 등 지구촌 곳곳에서 이상현상의 연속이다.

 
11일 스페인 오렌세의 아스 콘차스 저수지가 가뭄으로 수위가 낮아지며 고대 로마 군영이 드러났다. /EPA=연합
11일 스페인 오렌세의 아스 콘차스 저수지가 가뭄으로 수위가 낮아지며 고대 로마 군영이 드러났다. /EPA=연합
‘대륙의 젖줄’ 창장(長江·양쯔강)이 바닥을 드러내며 수백 년 전의 불상들이 발견됐다. /로이터=연합
‘대륙의 젖줄’ 창장(長江·양쯔강)이 바닥을 드러내며 수백 년 전의 불상들이 발견됐다. /로이터=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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