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몽골 친선 씨름대회 파견 시범단. 이연우 제공. /연합
한국-몽골 친선 씨름대회 파견 시범단. 이연우 제공. /연합

"재미가 있는데 안 할 이유가 없었죠. 유도 같은 다른 운동은 하면서 왜 씨름은 안 했을까 싶었어요."

국내 여자 씨름을 대표하는 임수정(37·영동군청)은 ‘씨름을 선택한 이유’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대한씨름협회가 파견한 씨름 시범단은 20일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열린 ‘한국-몽골 씨름 친선대회’를 통해 몽골에 씨름의 재미를 전파했다.

‘맏언니’인 임수정을 비롯해 여자 선수 6명도 시범단에 합류, 유도, 주짓수 등을 하는 몽골 여자 선수들과 맞대결을 펼쳤고, 화려한 기술을 선보이며 모래판을 달궜다.

대학생 선수들로 팀을 꾸린 남자부와 달리 여자부는 국내에서 여러 차례 정상에 오른 베테랑들로 구성됐다.

막내 엄하진(28·구례군청)과 최다혜(29·거제시청)를 제외하고는 모두 30대의 잔뼈 굵은 선수들이다.

대회를 마치고 만난 임수정과 이연우(31·화성시청), 이다현(30·거제시청)은 씨름의 매력을 국내외에 더 널리 알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연우는 "몽골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에도 씨름과 비슷한 스포츠가 많다. 국제 친선대회의 규모를 키운다면 더 흥미를 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수정도 "일회성 대회로는 세계화에 속도가 붙기 어렵다. 교류와 파견을 확대해 씨름에 대한 관심이 지속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거들었다.

씨름의 세계화는 대한씨름협회의 중대 과제지만, 여자 씨름의 경우 국내 저변 확대는 더 시급한 문제다.

스포츠 지원 포털에 따르면 2022년 씨름 종목 등록 선수는 13세 이하 부부터 일반부까지 총 1천851명인데 이중 여자 선수는 81명에 불과하다.

13세 이하 부와 16세 이하 부에는 집계된 여자 선수가 없다. 직장운동부와 생활클럽을 포함한 일반부 선수는 64명이다.

임수정은 선수 육성 시스템의 부재를 지적했다.

그는 "초-중-고를 거쳐 여자 선수를 꾸준히 육성하는 시스템이 없어 저변 확대가 어렵다. 생활체육의 경우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회나 훈련 기회가 많이 사라져 선수들의 동기부여 역시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자 씨름이 전국 체전 시범 종목인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 선수층 확대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학교 씨름팀과 실업팀도 더 늘어났으면 한다. 차곡차곡 올라가야 하는데 아직은 갈 길이 멀다"고 덧붙였다.

이다현도 "지금은 선수가 적다 보니 서로 돌아가면서 장사에 오르는 느낌"이라며 선수층의 확대를 통해 대회의 양적, 질적 성장을 함께 이뤄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와 함께 선수들은 홍보 효과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이연우는 "예능 프로그램 ‘씨름의 희열’, ‘씨름의 여왕’ 덕분에 조금씩 반응이 나오는 듯하다. 미디어에 꾸준히 노출되는 것도 씨름 저변 확대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고참이 된 이들은 여자 씨름의 부흥에 대한 사명감도 느끼고 있다.

어느새 30대 후반에 들어선 임수정은 "2년 정도 후면 선수 생활을 마무리 짓지 않을까 싶다. 은퇴 후에는 지도자를 준비하는 등 씨름계에서 일할 생각"이라며 "현재는 여자 지도자가 많지 않다. 앞으로 길을 만들어가는 게 숙제다. 여자 씨름이 마치 ‘우리만의 리그’처럼 머물러 왔기 때문에 계속 발전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를 들은 이연우와 이다현 역시 앞다퉈 "씨름 발전을 위해서는 어떻게든 기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다현은 "향후 몇 년간 선수 생활을 이어가겠지만, 나중에 은퇴하고 나서도 씨름과 관련한 무언가를 할 것"이라고 했고, 이연우는 "말 그대로 씨름을 할 때 희열이 있다"며 이를 더 널리 알리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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