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채무(PG). /연합
국가채무(PG). /연합

윤석열 정부는 내년을 기점으로 나라살림 적자를 경제 규모 대비 3% 이내로 억제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지난 5년 간 확장 재정 기조를 유지하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난 나랏빚을 제어해 재정을 정상화하겠다는 의지의 일환이다. 또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재정 여력의 확보 필요성이 대두된 것도 허리띠를 졸라매려는 배경으로 거론되고 있다.

2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새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내년 예산안을 최종 조율하고 있다. 재정당국은 지난 주말 실무안을 완성해 이번 주중 여당인 국민의힘과 대통령 최종보고 절차를 거쳐 정부안을 확정 지을 예정이다.

새 정부는 내년 예산을 편성하면서 관리재정수지 적자폭을 국내총생산(GDP)의 3.0% 이내로 설정했다. 특히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60%를 초과하면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2.0% 이내로 관리하는 강력한 재정준칙도 도입하기로 했다.

재정수지는 정부가 거둬들이는 재정의 수입과 지출, 다시 말해 세입과 세출의 차이다. 일명 나라살림으로 불린다.

재정수지에는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와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 연기금을 차감한 관리재정수지가 있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와 달리 나라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나타내는 관리재정수지를 기준으로 보고 있다. 한마디로 연기금 등의 수입을 제외한 내년 재정수지 적자폭을 우리나라 경제 규모의 3% 이내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본예산 편성 기준으로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GDP 대비 3% 이내로 줄이는 것은 지난 2019년 1.9% 이후 4년 만이다. 올해 말 기준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 예상치가 5.1%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긴축을 의미한다.

다만 이는 다음해 예산을 편성하는 시점에서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3%를 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지 다음해 나라살림 결과도 반드시 이렇게 된다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사태와 같이 예기치 못한 사유로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할 경우 재정 지출이 큰 폭으로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5년 간의 확장적 재정 기조를 건전한 재정 기조로 전환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다. 단지 예산 편성 당시의 기준뿐 아니라 결산 기준으로도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GDP 대비 3%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는 것이다. 결산 기준으로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3% 이내였던 것은 지난 2019년의 2.8%가 마지막이다. 2023년 결산 기준으로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GDP 대비 3% 이내로 줄일 경우 4년 만에 처음이다.

관리재정수지 적자폭을 GDP의 3% 이내로 관리할 경우 내년 총지출 증가율은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평균치인 5%대 중반 수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 본예산 상의 총지출은 607조7000억원으로 내년 총지출 증가율을 5%로 잡으면 638조1000억원, 6%로 잡으면 644조2000억원이 된다.

이에 따라 내년 본예산 상의 총지출은 640조원 안팎이 될 가능성이 크다. 올해 2차 추경까지 합친 총지출 679조5000억원과 비교하면 다음해 총지출이 줄어드는 현상이 13년 만에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새 정부는 이달 말에 국무회의에서 내년 예산안을 의결하고, 9월 초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3일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60%를 초과하면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2.0% 이내로 관리하는 강력한 재정준칙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국가채무비율 60%는 국제금융시장에서 통용되는 채무 안전 기준으로 현재 유럽연합(EU)이 채무 상한선을 60%로 두고 있다. 새 정부는 내달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재정준칙의 법제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윤석열 정부가 이처럼 관리재정수지의 대폭적인 적자 줄이기에 나선 것은 나랏빚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2017년 660조원이었던 국가채무는 올해 1070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재정적자 누적과 국가채무 증가는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다. 이는 세대 간 공평성 문제뿐만 아니라 지속 가능성도 위협한다. 특히 대외관계의 불확실성에 대처할 수 있는 재정의 대응력이 국가 공신력을 담보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라는 점을 감안하면 윤석열 정부의 허리띠 졸라매기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유의미한 행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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