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기
홍성기

지난 8월 15일 윤석열 대통령은 제 77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자유민주주의에 대척되는 정치체제가 전체주의임을 분명히 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우리는 2011년 역사교과서 논쟁이 ‘자유민주주의’라는 용어에 있었음을 기억해 볼 필요가 있다.

한국의 좌파는 자유민주주의란 수많은 민주주의 중 하나에 불과하고, 따라서 이 표현 대신 민주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정교과서에서 ‘자유민주주의’ 장을 기술하지 않았다. 이것이 2015년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그 이후의 파행을 불러온 이유다. 물론 이 주장 뒤에는 북한의 인민민주주의도 민주주의의 하나이고, 통일한국은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라 그 어떤 ‘말로만 민주주의’, 예를 들어 진보적 민주주의로도 가능하다는 함정이 놓여 있다.

한국의 우파 역시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이들은 자유민주주의를 정치적 자유뿐 아니라 시장의 자유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확대했다. 그래서 사회민주주의와 대립되는 ‘일개 정파의 이념’으로 강등시켰다. 자유민주주의는 사상의 자유에 기반해 자유와 인권이 보장되는 법치·공정한 선거·삼권분립 등으로 구체화된다는 것, 여러 정치 사회적 이념들이 공존할 수 있는 초정파적 이념 즉 ‘정치체제’라는 점이 흐려졌다.

하지만 한국과 독일 헌법에 명시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이 점을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다. 독일의 경우 기독교민주당·기독교사회당·녹색당·사회민주당·자유민주당 등 모든 정당들이 역사적으로 자유민주주의가 독일의 정치체제라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 쉽게 말해 정상적인 민주주의 국가에서 ‘민주주의’는 ‘자유민주주의’의 줄임말인 것이다.

독립운동이 ‘자유와 인권이 무시되는 전체주의 국가를 세우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는 이번 8·15 경축사는 교육과 언론을 통해 국민에게 정확히 이해돼야 한다. 그래야 통일한국을 바라볼 수 있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