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모
연상모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지난 8월 2일 대만을 방문했다. 이 방문은 중국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루어진 것이다. 중국 정부는 펠로시 대만 방문을 전후에 외교적·군사적으로 강력하게 대응했다.

7월 28일 시진핑 주석은 바이든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불을 갖고 놀다가 자신을 태워버린다"고 말해 펠로시의 대만 방문 가능성에 경고를 보냈다. 이에 더해 그간 중국 정부의 속내를 보여온 ‘환구시보’ 전(前) 편집장 후시진은 "중국이 펠로시가 탄 비행기를 격추할 수도 있다"는 말까지 했다. 그리고 중국군은 대만해협 주변에서 군사훈련을 강화하고 미사일 발사까지 하면서 고강도 무력시위를 이어갔다.

이러한 사태 진전과 관련, 질문 두 가지를 던질 수 있다. 이번 사태로 인한 미·중관계와 중·대만관계는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중국이 호언한 대로 대만을 무력침공할 것인가? 대답은 간단하지 않다.

우선 미·중관계와 중·대만관계는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전반적으로 악화될 것이다.

그 이유는 첫째, 3연임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는 시진핑은 이번 사건으로 애국주의를 고취시켜 자신의 국내 위상을 높였을 것이다. 펠로시의 대만 방문은 또 시진핑에게 대만해협에서 군사적 도발을 할 수 있는 명분을 주었다. 시진핑은 그간 중국과 대만의 무력 충돌을 막는 완충지대 역할을 했던 대만의 영해 기준선을 무력화하려 한다. 이는 센카쿠열도에 취한 조치와 유사하다. 중국 정부는 일본의 조치를 구실삼아 2010년 이후 중국 정부선박과 군함을 영해 안에 수시로 파견함으로써, 일본의 실효적 지배를 무력화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호전적인 군사적 행동을 계속 보일 경우 중국에 대한 세계 여론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둘째, 미국은 펠로시의 대만 방문을 통해 대만에 대한 수호 의지를 분명하게 보여줬다. 하지만 대만에 대한 중국의 군사적 도발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숙제가 남아있다.

다음, 중국이 조만간 대만을 무력침공하고 이에 따라 미국과 중국 간 무력충돌이 일어날 것인가? 당분간 중국이 대만에 대해 무력사용을 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 이유는 첫째, 군사적으로 중국은 아직 미국에 비해 열세다. 대부분 군사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의 군사기술의 질적 차이가 현저하다고 평가한다. 최근 중국은 군사무기를 양적으로 증강했다. 하지만 미국과 무력충돌이 일어난다면, 무기의 운영과 질적인 면에서 중국의 약점이 그대로 드러나는 ‘참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둘째, 중국이 대만을 무력침공할 경우 중국에 대한 국제적 여론이 급격히 악화될 것이고 상당기간 동안 외교적·경제적으로 고립당할 것이다.

셋째, 중국은 그간 실용적이며 노련한 대외정책을 구사해 왔다. 중국의 실용적인 외교를 감안할 때, 대만에 대해 무력을 사용하는 것은 당분간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지도자들은 그간 외국 지도자들을 만난 사석에서 "중국의 공허한 허풍에 신경 쓰지 말고, 중국의 실제 행동을 잘 관찰하라"고 솔직하게 언급해 왔다.

대만문제와 관련, 중국은 수사적으로는 국내외적으로 강경한 자세를 견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적으로는 대만과 미국을 비난하는 선전전을 강화할 것이고, 대외적으로는 중국과 미국 간, 중국과 대만 간의 관계가 상당히 악화될 것이다. 최근 중국의 민족주의가 증대하고 있으며, 시진핑이 강력한 대외정책을 통해 국내 권력 강화를 노리고 있다. 그러므로 중국 민족주의의 중요 부분인 대만문제를 십분 활용하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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