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미국 등 선진국의 정치에 불문율이 하나 있다. ‘인권’ 관련 발언을 잘못하면 선거에서 반드시 낙마한다는 것. 인종·성별 관련 차별 언행, 신앙의 자유 침해 등등 다양하다. 유럽·미국 의회에서 인권 관련 법안들은 예외 없이 만장일치로 통과된다. 국내 법안뿐 아니다. 2004년 미 의회에서 통과된 북한인권법도 만장일치다. 일본도 2006년 북한인권법에 전원 찬성했다. 인권은 인간의 기본권이기 때문에 국가·민족·국경 등이 없다는 사실이 선진국 정치인들에게 체화돼 있다. 더욱이 인권문제가 좌우간 정쟁(政爭)화 되는 경우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대한민국 국회도 10여 년의 진통 끝에 2016년 3월 2일 북한인권법을 통과시켰다. 재적 국회의원 236명 중 212명 찬성, 24명 기권이었다. ‘반대’는 없었다. 하지만 북한인권법은 곧바로 사문화되는 처지가 됐다. 북한인권법에는 통일부가 북한인권재단을 설치·운영하도록 규정돼 있는데, 재단 이사진이 6년째 구성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재단 이사는 정부 추천 2명, 여야 각 5명씩 추천, 총 12명이다. 문제는 더불어민주당이 북한정권의 눈치를 보면서 6년째 이사 5명을 추천하지 않은 것이다. 선진국 의회에서 보면 기절초풍할 일이다.

‘사단법인 북한인권’(이사장 김태훈)은 최근 국회의원 299명 전원에게 "북한인권재단 설립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를 묻는 설문조사 질의서를 보내고 오는 26일까지 답변을 요청했다. ‘사단법인 북한인권’은 오는 30일 오전 국회에서 질의서 답변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인지연 사무총장은 "만약 답변을 보내지 않을 경우, ‘답변을 보내오지 않았다’는 내용과 함께 해당 국회의원 실명도 공개할 예정"이라고 했다.

‘사단법인 북한인권’은 올바른 북한인권법 시행과 북한주민들의 인권 보호·증진을 위해 지난 16일 창립대회를 개최했다. 북한인권시민연합·탈북민단체총연합·한변 등 1990년대 중반 이후 북한인권 활동에 앞장서온 주요 단체들과 2005년 북한인권법을 처음 발의한 김문수 전 국회의원 등 주요 활동가들이 거의 망라됐다. 21대 국회도 2년이 채 남지 않았다. 국회의원 299명 전원의 응답을 기대한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