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TRA가 지난 16일부터 이틀간 중국 산둥성인민정부,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와 공동으로 산둥(山東)성 지난(濟南)에서 '한·산둥성 산업협력 플라자'를 개최했다고 17일 밝혔다. 사진은 한·산둥성 산업협력 플라자 행사장 모습. /연합
KOTRA가 지난 16일부터 이틀간 중국 산둥성인민정부,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와 공동으로 산둥(山東)성 지난(濟南)에서 '한·산둥성 산업협력 플라자'를 개최했다고 17일 밝혔다. 사진은 한·산둥성 산업협력 플라자 행사장 모습. /연합

1992년 8월 24일 이루어진 우리나라와 중국의 국교 정상화는 북방외교의 최대 성과로 꼽힌다. 우리나라에게 지속적인 경제 성장의 기회도 제공해 주었다.

실제 한중 수교 이후 올해 7월까지 중국과의 무역에서 우리나라가 기록한 누적 무역흑자 규모는 7099억 달러(약 933조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 30년 동안 미국과의 무역에서 기록한 누적 무역흑자 3066억 달러의 2.3배에 달한다. 중국이라는 ‘거인의 등’에 올라탄 덕분에 우리나라가 ‘중진국 함정’에서 벗어나 선진국 대열에 올라섰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은 한중 수교 이후 우리나라 외화벌이의 전진기지 역할을 해왔다. 이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지난 30년 동안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 규모는 9배 늘었지만 대(對)중국 수출은 무려 160배 넘게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 수출액의 25.2%는 중국이 차지하고 있으며, 수입액도 전체의 22.5%에 달한다.

한중 수교 직전인 1991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수출 규모 순위에서 중국은 15위에 머물렀다. 당시 미국이 중국의 18.5배로 1위를 차지했고, 이어 일본·홍콩·독일·싱가포르 등의 순이었다.

하지만 중국의 순위는 수교가 이루어진 그해 6위로 급상승했다. 1993년 4위, 1996년 3위를 거쳐 2001년에는 일본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그리고 2003년에는 드디어 미국마저 제치고 1위 자리를 차지한 이후 올해까지 20년 동안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중국이 우리나라의 ‘달러 박스’가 된 것은 대중 무역수지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우리나라는 수교 첫해인 1992년 10억7100만 달러 적자를 보인 것을 제외하면 올해까지 30년 간 흑자를 이어왔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7월까지 35억7000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중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심상치 않은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석달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이달 들어서도 지난 20일까지 6억6700만 달러의 적자를 나타내 넉달 연속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해 연간 무역수지가 적자를 나타내면 1992년 이후 30년 만의 기록이다.

대중 무역수지가 적자로 전환된 원인으로 중국의 코로나19 봉쇄에 따른 수요 둔화, 수산화리튬 등 중국산 원자재 가격의 단기간 폭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국내 업계에서 바라보는 가장 본질적 요인은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운영하는 사이트 소부장넷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7월까지 중국산 소재·부품·장비 수입액은 전체 수입액의 29.5%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2012년만 해도 중국과 일본으로부터의 소부장 수입 비중이 비슷했지만 10년 새 중국 의존도가 일본의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특히 중국의 내수강화 정책과 기술자립으로 반도체 등 중간재 수출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이는 우리나라가 생산한 중간재를 중국이 완제품으로 만들어 글로벌 시장에 수출하는 양국 간 ‘분업구조’가 끝나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대중 무역적자가 수면 위로 본격 부상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 30년 동안 우리나라 수출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이 같은 역할도 올해가 마지막일 것이라는 우려가 대두하고 있다. 중국은 디스플레이, 배터리, 스마트폰 등의 기술을 지난 30년 간 빠르게 업그레이드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나라 주요 산업의 최대 경쟁자이자 적수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미국과 중국의 대립 격화는 한중 간 무역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중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은 칩4 동맹을 필두로 중국을 배제한 핵심 산업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주도하고 있는데, 지난 2년 새 세계 경제의 중국산 의존도는 오히려 높아져 디커플링(탈동조화) 시도는 큰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 중국 사이에 무역 갈등이 발생할 경우 한국 경제가 받는 영향은 중국보다 6배 이상 크다는 분석이 있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중국 무역 의존도는 최근 10년 평균 15.7% 수준이지만 중국의 한국 무역 의존도는 2.5%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중국 경제가 지나치게 커질 경우 한국 경제의 중국 종속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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