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해일
장해일

주식투자는 이제 생활의 일부로 스며들었다. 주식시장은 부의 증식을 위한 평생 동반의 장이 되어가고 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신세대 투자자들은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주식투자 비중을 크게 높였다. 이러한 현상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다. 앞으로 다소간 부침이 있을지언정 지속될 것이다.

요즈음 신세대 투자자들은 ‘개미’라 불리는 일반투자자의 주축이다. 과거 고성장 고금리 시대에 알뜰살뜰 저축하며 집을 장만하고, 여윳돈으로 투자하던 개미들과는 구별된다. 이들 신세대 개미는 저성장 저금리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어려운 시대에 산다. 국민연금의 고갈을 걱정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인구구조학 측면에서 ‘납입액을 늘리고 수령액을 줄여야 한다’는 식의 답답한 처방에 의지해서는 장래가 불투명하다는 것을 잘 안다. 이 때문에 리스크를 안고서라도 고수익 투자를 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정부에서 가파른 자산인플레 현상을 봐왔다. 감당 불가능한 자산가격으로 인해, 이러다간 영영 사회의 루저로 전락할 수 있다는 불안·초조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 시쳇말인‘영끌족’ ‘벼락거지’라는 말에 그 불안감이 함축되어 있다. 때문에 이들은 주식투자를 필수로 여긴다. 국경을 넘나드는 투자를 마다하지 않는다. 당연히 투자성과를 중요시하고 아주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제 이들은 그동안 드러난 불공정한 투자환경에 볼멘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실 이들에 불합리한 피해 발생 가능성이 있고, 본질적으로‘기울어진 운동장’인 제도가 다수 존재한다. 그 가운데 불만이 드세고 개선요구가 팽배한 대표적인 제도 두 가지를 살펴보자.

첫번째가 주식공매제도(short selling)다. 공매도는 오버슈팅된 종목의 적정가치 유지 등 여러 순기능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과열시장에서도 브레이크 역할을 적절히 수행하지 못했고, 냉각기에는 하락장세를 가속화했다. 구조적으로 공매도는 개미가 감내할 수 있는 손실이 보다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기관·외국인에게 유리하게 운영될 수밖에 없다. 기관·외국인은 하락장에 공매도를 활용한 다양한 전략으로 개미를 화수분으로 여기고 막대한 수익을 챙겨 왔다. 윤 대통령이 엄정한 대처를 지시한, 무차입공매도와 같은 불법공매도 이에 큰 몫을 했다.

금융당국은 최근 공매도가 사회문제로 불거지자 부랴부랴 개인과 기관·외국인 간 차등규제를 완화하는 등 개선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것도 공매도를 투자수단으로 활용하기가 언감생심인 대부분 개미의 누적된 불만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다.

두번째는 기업의 지배주주가 물적분할을 통한 재상장을 하는 것이다. 이는 특정 자회사의 특정 사업부가 2중, 3중으로 상장이 가능하게 된다. 주식시장으로 유입될 돈이 무한정이 아닌 이상, 결국은 분할 이전의 기업주식을 보유한 개미에게 일방적 피해를 주게 된다. 외국의 경우 물적분할을 통한 모·자회사 동시상장은 매우 제한적이다. 미국 0.5%, 프랑스·독일 3% 정도이고 영국은 아예 0%다. 하지만 우리는 작년에 이러한 상장이 20%를 넘었다. 많은 개미들이 피눈물을 흘렸다. 사후약방문 격이지만, 금융당국은 소액주주 보호 조치 등을 위해 ‘모회사 주식매수청구권’ 부여 등 일련의 개선책을 제시하고 있다. 이것도 미봉책일 뿐이다.

이처럼 ‘기울어진 운동장’의 전형인 두 제도에 대해 일각에서는 개선보다는 아예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도 능사는 아니다. 자칫 시장과 기업의 역동성을 앗아갈 수 있을 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동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관련당국이 해야 할 일은 시장에 여전한 불법행위 근절과 어느 일방에만 편익을 제공하는 불공정의 허점을 개선하는 것이다. 나아가 시장의 장기 성장성이 담보되고 이해당사자가 수용이 가능한, 보다 정교한 시스템 구축을 통해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한다. ‘기울어진 운동장’도 바로잡음으로써, 기업의 성장과 궤를 같이하는 시장이 투자자에게 베푸는 과실을 개미도 함께 향유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