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식
김용식

지난 3·9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에는 당시 윤석열 후보만큼 기대받던 인물이 있었다. 판사 출신으로 제 24대 감사원장을 역임했던 최재형이다. 대한해협 해전과 인천상륙작전 등 6·25 전쟁에서 세운 혁혁한 공로로 무공훈장 3회를 포함 6개의 훈장을 수훈한, 대한민국 영웅인 최영섭 대령의 아들이기도 하다.

2021년 7월 15일 대선 출마를 위해 국민의힘에 입당한 최재형은 당시 ‘미담(美談) 제조기’라고까지 소개됐다. 당시 야당이던 국민의힘 대선주자들 속에서 가장 빛나 보였다. 하지만 대선 후보 경선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부터 기대 이하의 모습으로 2차 컷오프에서 결국 탈락했다.

그후 대선과 함께 치러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최재형은 종로구 공천을 받아 원내로 진입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국회 경험이 100일도 채 되지 않던 그에게 지난 6월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직을 맡겼다. 이 전 대표가 공천 혁신을 명분으로 총선에서 친윤(윤석열계)을 배제하고 ‘이핵관’들을 주로 공천해 당을 장악하려 한다는 의혹이 여의도에 파다했다. 비대위는 이준석의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으로 인한 당원권 정지가 불러온 충격을 하루빨리 수습하고 전당대회를 열 준비를 해야 했다. 그런데 기형적으로 혁신위가 공존하며 논란의 씨앗인 ‘공천’을 손보겠다고 나서는 모습은 결코 좋은 의도로 보이지 않는다.

혁신위가 출범한 지 두 달여 만인 지난 22일 ‘1호 혁신안’이라는 것을 내놓았다. 최근의 일들로 이슈가 된 윤리위에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인 ‘공천’에까지 개입할 명분을 주는 막대한 권한을 부여한 것이 골자다. 하지만 새로운 전략이나 비전은 찾아볼 수 없다. 더욱이 공천은 다음 지도부와 공관위에서 결정해야 할 것들이기에 아무런 권한도 명분도 없는 혁신위가 꺼낼 만한 사안조차 아니다.

지난 6월 필자는 이 지면을 통해 최재형 혁신위가 들어서며 해야 할 ‘진짜 혁신’에 대해 의견을 내놓았다. 이준석에 대한 반성이 최우선인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핵관’이 아니냐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한 그의 최근 모습에 더 이상 기대는 의미가 없을 것 같다.

설날 가족 모임에서 애국가를 부르는 모습이 공개된 후 일각에서 제기한 ‘과도한 애국주의’ ‘전체주의’ 등의 비판에 최재형 위원장은 이렇게 맞받아쳤다. "애국가 제창이 왜 비난받아야 하느냐"며 "나라가 잘된다면 애국가를 천번 만번이라도 부를 것." 그가 "태극기를 보면 자동으로 왼쪽 가슴에 손이 올라가는 국가중심의 고전적 가치를 중시하는 지지자들"과 "자유와 정의, 인권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는 지지자"로 지지자들마저 쪼개는 자에게 목멜 필요가 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지금이라도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 비대위의 성공을 기원하며 혁신위원장직을 반납하고 스스로 혁신위를 해산하시길 당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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