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제원 계열 솎아내는 과감한 '자가 수술'

시민사회수석실 비서관 등 잇단 감찰·해임...행정관 면직도
대통령 지지율 상승 타고 반등기류 이어갈 쇄신에 방점
'윤핵관 라인'을 '검찰 라인'인 공직기강비서관실이 견제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빗물펌프장 내 대도심 빗물터널을 방문해 오세훈 서울시장, 이기재 양천구청장과 함께 유수지를 둘러보며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빗물펌프장 내 대도심 빗물터널을 방문해 오세훈 서울시장, 이기재 양천구청장과 함께 유수지를 둘러보며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

대통령실이 인적쇄신과 재정비 과정에서 윤핵관의 핵심 장제원 의원 추천 인사들을 집중적으로 솎아내고 있다. 지난 21일 이관섭 정책기획수석과 김은혜 홍보수석을 임명하는 등 수석급 인사 재정비에 이어 비서관급 이하도 개편되고 있는데 이런 구도로 진행되는 것이다.

그래서 윤 대통령이 물밑에서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솎아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 "정치적 목적의 인적 쇄신은 없다"고 못 박았지만, 국정 동력 확보를 위한 추가 인사 개편에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은 현재 외부인사와 부적절한 접촉을 갖고 공공기관의 인사에 개입한 혐의와 관련해 대선 캠프 출신인 시민사회수석실 소속 A비서관을 상대로 감찰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A비서관은 장제원 의원 추천인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또 지난달 발생한 내부 문건 유출 사건과 관련해 역시 시민사회수석실 소속 B비서관에 대해서도 해임 수순을 밟고 있다. B비서관은 MBC가 보도한 7월29일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작성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 집회 및 시위 입체 분석’ 문건 유출과 관련되어 감찰을 받아왔다.

해당 문건은 경실련,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진영을 여론화 작업을 전문으로 하는 조직으로 규정하고, 민주노총은 군부대와 같은 조직으로 묘사한 뒤, 두 조직이 결합되면 촛불시위같은 대규모 집회가 가능하다고 묘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건 유출과 관련해서는 이미 B비서관 산하의 행정요원 C씨가 지난 11일 해임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C씨도 장제원 의원실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제원 의원의 추천을 받아 인사기획관실에서 근무하던 D행정관 역시 근무 3개월만에 면직되고 국책 연구기관으로 이동했다고 한다. 외교안보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온 D씨가 대통령실에서 인사 업무를 맡은 경위와 돌연 그만둔 배경을 둘러싸고 윤핵관측의 인사 민원과 관련됐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대통령이 아니라 ‘윤핵관’ 등 자신을 추천한 이들에게 충성하는 참모들을 찾아내 정리할 것"이라고 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 발언과도 맞물려 주목된다.

뿐만 아니라 장제원 의원 보좌관 출신으로 교육비서관실에서 근무하던 E씨도 최근 스스로 물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의 기류 변화에는 최근의 지지율 반등세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2주 전 취임 후 최저치인 20% 후반대까지 하락했다가 최근 30% 초반대를 회복한 상태다. 이 같은 반등 기류를 이어가기 위해 ‘쇄신’에 방점을 찍었다는 평가다.

다만 쇄신 과정에서 대통령실 내 ‘파워게임’이 드러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직접 알지 못하고 수용한 ‘윤핵관 라인’을 윤 대통령이 직접 알고 있는 ‘검찰 라인’이 사정하고 있다는 구도이기 때문이다. 최근 대통령실 참모들에 대한 고강도 감찰을 추진하고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은 윤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검찰 라인’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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