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의 부채가 국내 기업 중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의 한 주택가에 설치돼 있는 전기계량기의 모습. /연합
한국전력의 부채가 국내 기업 중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의 한 주택가에 설치돼 있는 전기계량기의 모습. /연합

한국전력의 부채가 예금·보험료를 부채로 잡는 금융사를 제외하면 국내 기업 중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천연가스 가격 급등 문제까지 겹치면서 당장 3분기에도 역대 최대의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큰 상태다. 특히 한국가스공사 등 대다수의 공기업도 빚이 폭증하고 있어 공기업 부채는 천정부지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한국전력의 부채 총액은 1년 전보다 28조5000억원 늘어난 165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162조5000억원의 현대자동차와 120조1000억원의 삼성전자보다 많은 것이다.

한국전력의 부채가 걷잡을 수 없게 커진 이유는 단순하다. 한국전력은 5대 발전사에서 전력을 구매해 소비자에게 공급하는데, 이때 전력을 구매하는 비용보다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비용이 더 싸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전력이 발전사에서 전력을 사 올 때 적용하는 전력도매가격(SMP)은 이달 평균 킬로와트시(㎾h)당 197.57원이다. 반면 소비자에게 공급되는 전력의 판매단가는 110~120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한국전력은 전력을 팔면 팔수록 적자 폭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더구나 연일 무더위가 지속되면서 전력 수요가 커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3분기 적자 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국제 천연가스 가격의 상승도 한국전력의 빚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가 이달 말 유럽과 연결된 가스관 노르트스트림-1을 잠그겠다고 예고하면서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 전력 생산량 가운데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30.6%에 달한다. 한국가스공사에 따르면 내년 1월물 천연가스 선물가격은 MMbtu(25만㎉ 열량의 가스양)당 9.55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2달러대보다 다섯 배 뛴 것이다.

한국전력은 지난달 3분기 전기요금에 적용되는 연료비 조정단가를 kWh당 5원 인상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한국전력은 적자 폭을 메우기 위해 회사채를 발행해 필요한 자금을 충당하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발행 한도인 91조8000억원에 걸려 이마저도 어려운 형편이다. 현재 한국전력의 회사채 누적 발행액은 약 60조원에 달한다.

한국전력은 전기요금의 추가 인상과 회사채 발행 한도 폐지 등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승일 한국전력 사장은 지난 22일 "올 연말이면 회사채 발행 여력이 남지 않을 것"이라면서 "하반기에도 적자가 예상되는 만큼 전기요금 정상화와 관련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기요금의 추가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실제 인상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물가와 국민경제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해야 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전기요금 인상에 신중한 입장이다. 고물가 상황에서 전기요금을 추가로 인상하면 그만큼 국민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한국전력뿐이 아니다. 기업경영분석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공기업들의 올해 상반기 기업어음·단기사채 조달액은 90조원으로 전년 동기의 29조7943억원보다 많은 146조3074억원으로 59조5145억원 폭증했다. 이 가운데 기업어음·단기사채를 가장 많이 발행한 기업은 28조8160억원의 한국가스공사로 역대 최대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한전의 16조8100억원보다많다. 대부분의 공기업이 사실상 빚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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