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천
이주천

20세기 전쟁의 총아라면 당연히 탱크다. 6.25 때 김일성의 북한군은 하루 만에 의정부·동부천·포천을 뚫었다. 6월 28일 새벽 1시쯤 북한군 전차 2대가 고개를 넘자 미아리 방어선은 무너졌고 일제히 한강 이남으로 철수했다. 당시 북한군은 소련으로부터 탱크를 무려 242대를 지원받았지만, 대한민국은 한 대의 탱크도 없었다.

2차대전 때도 탱크의 위력은 유감없이 발휘됐다. 1940년 전쟁 초기 영-프랑스 방어선을 돌파하고 파리를 점령한 독일군 선두부대는 롬멜의 탱크였다. 히틀러가 소련을 멸망시키기 위한 독·소전의 최전방에 투입했던 것도 탱크였고, 소련군이 독일군을 몰아내는데 최대 공헌을 했던 장비도 T-34탱크였다. 2차대전 말기, 히틀러 최후의 도박인 발지전투에서 연합군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 것도 독일제 타이거탱크였다.

탱크는 1차대전 당시 교착상태를 돌파하기 위해 영국에서 최초로 개발됐다. 그후 탱크는 최소한 미국이 후세인의 이라크 군대를 궤멸시킨 ‘사막의 폭풍작전’까지만 해도 전쟁의 총아였다.

그런데 이번 우크라이나전쟁에서 탱크는 새로운 병기에게 전장의 주도권을 넘겨주어야 할 판이다. 드론이다. 벌써 6개월째로 접어들고 있는 우크라이나전쟁에서 드론의 위력이 입증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전은 탱크전이 아니라 드론전이 되고 말았다. 전쟁 초기 압도적인 열세의 우크라이나군이 드론으로 막강한 러시아군의 탱크와 헬리콥터, 항공기는 물론이고 전함 등을 폭격하면서 전쟁의 총아가 됐다. 드론이 비대칭전력의 핵심으로 부상한 것이다. 이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국면이다. 수많은 전투에서 위용을 과시한 소련제 탱크는 드론에 의해 무너졌다.

드론은 체첸 전쟁과 돈바스 전쟁 등에서 재미를 본 푸틴에게 승전의 장애물로 등장하고 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인의 완강한 저항정신을 과소평가했으며, 제4차 산업혁명과 과학기술 발전의 가속화가 탄생시킨 드론이라는 신병기의 위력을 예상하지 못했다.

가장 인기있는 드론, 튀르키에가 만든 ‘바이락타르 TB2’는 러시아에 저항하는 상징으로 자리를 잡았다. 4월 14일 우크라이나군의 바이락타르 드론이 러시아군 순양함 모스크바함의 방공체계를 흔들었고, 그 틈을 타서 넵툰 대함 미사일이 러시아의 자존심을 침몰시켰다.

원래 드론은 정찰, 감시 목적으로 베트남전쟁 당시 미군이 처음으로 개발됐다. 이후 미국은 다양한 드론을 개발 및 실전 배치했으며,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과 알카에다 간부들을 제거하는데 유용하게 썼다.

이제 비정규전과 정규전에서 드론의 시대가 열리면서 비싼 전투기와 순양함, 탱크 시대가 종말을 고하고 있다. 심지어 거대한 항공모함도 드론의 공격에 취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드론은 효용 대비 비용이 싸고 레이더망에 잘 잡히지 않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반면 탱크는 과거 20세기를 풍미했던 전쟁사에서 찬란하고 명예로운 승전의 대기록에도 불구하고, 21세기의 새로운 전쟁양상(new kind of warfare)에서는 작전상 부적합한 것으로 판명되고 말았다.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푸틴이 예상하지 못한 드론의 출현과 활약은 미래전쟁의 양상을 예고하고 있다. 전통적 무기 체계에서 심각한 세대교체의 방향을 던져주고 있다. 결국 재래식 병력은 감축될 것이며 로봇 등이 결합된 무인전투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영화로만 봤던 전쟁이 현실 속에 나타나고 있는데, 이런 전투환경 변화에 한국군은 어떤 대비를 하고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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