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우주항공 스타트업 스핀런치가 원심력을 이용해 로켓을 지상 60㎞ 상공까지 집어 던지는 신개념 우주발사장치를 개발하고 있다. 이 장치를 활용하면 막대한 연료를 소모하는 1단 로켓이 필요 없어 발사비용을 기존의 10분의 1 이하로 낮출 수 있다. /스핀런치
미국의 우주항공 스타트업 스핀런치가 원심력을 이용해 로켓을 지상 60㎞ 상공까지 집어 던지는 신개념 우주발사장치를 개발하고 있다. 이 장치를 활용하면 막대한 연료를 소모하는 1단 로켓이 필요 없어 발사비용을 기존의 10분의 1 이하로 낮출 수 있다. /스핀런치

1957년 10월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가 발사된 이래 인류의 우주탐사는 수십층 빌딩 높이의 로켓에 의존해왔다. 로켓이 화염을 내뿜으며 떠오르는 모습은 너무나 멋지지만 믿기 힘들 정도로 발사비가 비싸다. 지구 중력을 벗어나기 위해 막대한 화석연료를 소모해야 하는 탓이다. 그만큼 환경에도 해롭다.

최근 미 항공우주국(NASA)이 이처럼 65년간 이어진 로켓 발사의 방정식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차세대 발사장치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본사를 둔 우주항공 스타트업 스핀런치(SpinLaunch)가 개발 중인 ‘궤도 가속기(Orbital Accelerator)’가 그것이다.

◇자이언트 원심분리기=스핀런치의 궤도 가속기는 한마디로 초대형 원심분리기다. 직경 100m의 원판형 체임버로 내부에 거대한 회전 팔이 달려 있다. 이 회전 팔 끝에 로켓을 매달고 빠르게 회전하다가 하늘로 던져버리는 메커니즘이다.

스핀런치에 따르면 체임버 내부가 진공이기 때문에 회전 팔은 분당 450회까지 가속이 가능하다. 그렇게 회전속도가 시속 8000㎞(마하 6.5)에 이를 때 로켓을 분리해 방출하면 오직 원심력만으로 지상 60㎞까지 날려 보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로켓은 이곳에서부터 기존 우주발사체처럼 연료를 사용해 목표지점으로 향하면 된다. 즉 궤도 가속기를 활용하면 우주발사체의 1단 로켓이 분리되는 고도까지 단 한방울의 연료도 쓰지 않고 도달할 수 있다. 가장 크고 가장 많은 연료를 소비하는 1단 로켓을 퇴출시킬 수 있는 것이다.

자칫 만화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스핀런치는 시쳇말로 ‘궁서체’다. 이미 기술력도 입증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지금까지 뉴멕시코주에 건설한 3분의 1 크기(체임버 직경 33m)의 축소발사장에서 8차례나 성공리에 시험발사를 마쳤다. 올 4월에는 3m의 로켓 모사체를 82초 만에 7600m 상공으로 쏘아 올리기도 했다.

특히 이런 성과는 NASA의 큰 관심을 끌었고 올 4월 궤도 가속기의 상용성 검증을 위한 정식 계약으로 이어졌다. 계약에 따라 스핀런치는 연내 NASA의 탑재체를 실은 로켓을 발사할 예정이다. 또 이를 바탕으로 2025년까지 정상 크기의 가속기를 완공하고 첫 궤도비행 로켓을 테스트할 계획이다.

◇6700만달러 vs 50만달러=현재 NASA는 궤도 가속기의 성공을 누구보다 바라고 있다. 상용화될 경우 향후 우주탐사와 관련해 천문학적 비용 절감을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기존 우주발사체의 발사비용은 상상 이상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달탐사선 ‘다누리’를 싣고 지난 5일 발사된 스페이스X의 ‘팰컨9’만 해도 1회당 이용료가 6700만달러(약 9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는 초당 1.4톤이나 소비되는 연료(등유)와 액체산소의 비용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중에서도 1단 로켓은 가장 강력한 추진력을 제공해야 해 연료 탑재량이 많고 덩치도 크다. 전체 발사체 중량의 80% 이상이 1단 로켓일 정도다.

반면 궤도 가속기는 1단 로켓이 불필요해 발사체 제작비와 연료비를 아낄 수 있다. 가속기 구동에 쓰이는 전기료를 감안하더라도 비용을 1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는 게 스핀런치의 계산이다. 1회 발사비가 50만달러(약 6억7000만원)선에 불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화석연료 소비량이 적은 만큼 환경적 메리트도 상당하다. 일례로 팰컨9는 한번 발사될 때마다 336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그것도 대기 상층부에 직접 뿜어내 오존층에 더욱 직접적 손상을 가한다. 스핀런치는 궤도 가속기를 통해 이런 로켓의 온실가스 배출을 4분의 1로 줄일 수 있다고 본다. 아울러 하루에 여러 번 로켓 발사가 가능하다는 것도 강점이다.

단점이라면 마하 6.5로 회전하는 로켓의 중력가속도(G)가 무려 1만G까지 치솟는다는 사실이다. 인간의 한계치로 알려진 10G를 아득히 뛰어넘는다. 또한 시스템 설계상 탑재체의 중량은 최대 200㎏로 제한된다. 사람의 탑승이나 중형위성 발사는 불가하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다수 전문가들은 궤도 가속기가 소형 위성 발사,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의 보급품 수송 등을 위한 저비용 옵션으로써 우주탐사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 뉴멕시코주에 건설된 스핀런치의 시험발사장. 스핀런치는 이곳에서 8차례의 시험발사에 성공하며 원심력 로켓 발사의 기술적 타당성을 입증했다. /스핀런치
미국 뉴멕시코주에 건설된 스핀런치의 시험발사장. 스핀런치는 이곳에서 8차례의 시험발사에 성공하며 원심력 로켓 발사의 기술적 타당성을 입증했다. /스핀런치
 
 
회전 팔에 결착된 궤도 가속기 전용 로켓. /스핀런치
회전 팔에 결착된 궤도 가속기 전용 로켓. /스핀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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