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동식
주동식

국민의힘 최재형 혁신위원장의 행보가 이상하다. 혁신위원회의 위상 문제와 이준석 전 대표와의 관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태도 등에서 최 위원장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의구심이 갈수록 커져간다.

혁신위원회의 위상 문제부터 보자.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지난 17일 "비상대책위원회도 있고 혁신위원회도 있다.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둘이 같이 있었던 경우가 있었나"며 혁신위원회 해체를 요구했다. 하지만 최재형 위원장은 안 의원의 이런 발언에 "혁신위원회를 흔들지 말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혁신위원회는 무슨 일을 하는 기구인가? 말 그대로 당의 혁신을 위한 구상을 정비하고, 이를 당원들에게 보고하고, 그들의 지지를 받아 실제 당헌 당규에 반영하는 기구다. 여기에는 당연히 공천 개혁안도 포함된다. 이런 개념으로 보자면 혁신위원회는 당 공식조직 위에 군림하는, 어마어마한 상왕 같은 조직이다.

혁신위원회가 이런 위상을 갖게 된 근거는 무엇인가? 최재형 위원장이 평소 당의 혁신 어젠다를 놓고 줄기차게 문제를 제기하고 논의를 조직하는 등 실천을 해왔기 때문인가? 그게 아니라는 건 최 위원장 스스로도 인정할 것이다. 혁신위원회의 존립 근거는 다름 아닌 이준석 전 당 대표의 개인적 판단과 지시였다.

당 대표는 당원의 총의에 의해 당권을 위임받은 존재다. 따라서 그의 지시는 혁신위원회의 존립 근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준석 전 대표는 당 윤리위원회의 결정에 의해 당원권이 6개월 정지됐다. 불명예 중도퇴진을 한 것이다. 게다가 당은 이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했다.

이제 이준석 전 대표의 결정은 혁신위원회의 존립 근거가 될 수 없다. 오히려 혁신위원회가 더 이상 존재해서는 안될 기구라는 근거가 될 뿐이다. 게다가 이준석 전 대표는 최근 들어 노골적으로 국민의힘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선넘는 공격을 가하고 있다. 반당(反黨)분자라는 표현이 부족할 지경이다.

최 위원장이 정말 혁신위원회의 필요성을 절감한다면, 거기서 만든 혁신안을 들고 전당대회에 당 대표 후보로 출마해 당선돼야 한다. 혁신안을 실제 현실화하려면 그 방법밖에 없다. 최재형 위원장은 그런 용기가 있나? 용기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거기에 대한 소신을 밝히는 게 정도이다.

최재형 위원장은 또 최근 이준석 전 대표를 만나 혁신안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고 한다. 최 위원장의 경력과 현재 위상에 비춰봤을 때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행보다. 최소한의 조직 경험과 공인으로서의 판단력만 있어도 나올 수 없는 처신이다.

혁신위원장으로서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들을 수는 있다. 하지만 이준석 전 대표는 당에서 불명예퇴진한 데다 이제 누가 봐도 노골적인 당 흔들기에 나서고 있다. 그런 사람의 의견을 구한다? 어떻게 해야 당을 효과적으로 흔들고 무너뜨릴 수 있을지 조언이라도 구한 것인가?

최재형 위원장은 게다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준석 전 대표를 품어야 한다"는 제언까지 하고 있다. 이것은 대통령에게 당의 공식 결정을 무시하고 탈법적으로 당의 활동에 개입하라는 요구다. 최 위원장의 발언은, 이준석 전 대표의 징계에 대통령이 개입했을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무죄추정이 아닌 유죄추정 원칙을 적용한 셈이다. 법조인 출신인 최 위원장이 과연 이런 문제들을 다 고려하고 발언했는지 의심스럽다.

최재형 위원장에 대해 우파 시민들이 큰 기대를 걸었다. ‘진짜’ 보수정치인이 나타났다는 기대였다. 하지만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상당수가 그런 기대를 접었다. 최근 최 위원장의 행보는 이런 이탈을 가속화시키는 듯하다.

화려한 경력이나 명망은 장식품일 뿐 정치인의 내공을 만들지 못한다. 최재형 위원장을 보면서 그런 상식을 확인하는 심정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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