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 아메리카 대중음악 시상식에 출연한 K팝 그룹 T1419. 한국 내 지명도와 무관하게 해외에선 한류스타로 대접받기도 한다. /MLD엔터테인먼트 제공.
 

K팝 아이돌그룹의 라틴아메리카(중남미)진출이 잇따르고 있다.

25일 가요계에 따르면 그룹 T1419가 지난달 스페인어 신곡 ‘엘 솔 세 바 아 아파가르’(El Sol Se Va a Apagar: 태양이 질 때)로 라틴아메리카 시장에 나섰다. K팝 스타들 가운데 이렇게 오리지널 스페인어곡을 통한 현지 접근은 이례적이다.

T1419는 올여름 멕시코와 푸에르토리코 등지를 돌며 얼굴을 알렸다. "현지 공항에서 팬 수천 명과 현지 언론매체가 인산인해를 이뤘다. 멤버들의 이름을 소리 높여 연호한 탓에 공항 안내방송이 들리지 않는 해프닝도 연출됐다"고 소속사 MLD엔터테인먼트가 설명했다.

T1419가 라틴아메리카 투어를 끝낸 지난달 26일, 미국의 스페인어 아침 방송에 출연해 신곡 무대를 꾸몄을 때 동시 시청자 450만 명을 기록했다. T1419와 같은 소속사의 걸그룹 모모랜드 역시 올해 상반기 멕시코로 떠나 현지 방송 출연 등의 프로모션에 나섰다. 1월 유명 라틴 팝 싱어송라이터 나티 나타샤와 손잡고 영어 곡을 발표해 라틴아메리카 시장에 공을 들였다.

4인조 혼성그룹 카드(KARD)의 경우, 멤버 제이셉이 군복무를 끝내고 제대한 것을 계기로, 지난달 브라질·칠레·멕시코·아르헨티나 등 라틴아메리카 5개국 도시 7곳의 콘서트 투어를 열었다. 카드는 K팝 아이돌 시장에서 흔치 않은 남·녀 혼성 멤버 구성, 2016년 선보인 흥겨운 뭄바톤 장르 음악으로 라틴아메리카 K팝 팬들을 매료시키며 인지도를 쌓았다. 신인 그룹 오메가엑스도 내달 멕시코·콜롬비아·브라질에서 첫 월드투어를 가질 예정이다.

라틴아메리카 최초의 K팝 콘서트는 10년 전이다. 2012년 그룹 JYJ가 ‘한류 불모지’나 다름 없던 칠레에서 월드투어로 화제를 모았고, 이듬해엔 슈퍼주니어가 브라질에서 대표 콘서트 브랜드 ‘슈퍼쇼’를 열었다. 이후 K팝이 전 세계를 휩쓸자 정상급 아이돌 그룹의 활동은 대형 시장인 일본·북미·유럽에 쏠린다. 더구나 팬데믹 때문에 한동안 해외 콘서트가 중단된 상태였다. 올 들어 코로나 19 상황의 완화에 따라, 후발 K팝 주자들 중심으로 라틴아메리카 진출이 다시 활성화된 것이다.

라틴아메리카 콘서트는 현지 에이전시로부터 고정 출연료를 받는 형태로 진행된다. 현지 팬덤의 구매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경우, 티켓판매 실적에 따른 리스크를 덜고 안정적인 수입을 기대할 수 있는 방식이다.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 등 정상급 그룹의 인기가 중남미에도 이어지면서 다른 후발 K팝 주자의 공연 역시 현지 팬들이 적극 호응한다", "신나는 노래나 애창곡을 다함께 따라 부르는 등 감성이 한국인들과 통한다"고 한 기획사 관계자가 전했다.

또 다른 기획사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라틴아메리카 팬들은 기본적으로 가무에 능하며 열정적이다. 특정 가수를 편애하기보다 K팝으로서 즐기는 문화가 형성돼 있다. ‘한국 스타면 다 좋아’에 가깝다는 뜻이다. 공연 만족도 또한 높은 편이다.

카드 멕시코 공연. /닌시 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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